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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06. 2024

T군은 연애를 할 수 없다

10/24(월).


 한국에 있을 때나 홍콩에 있을 때나 시험을 보고 난 뒤에 마음이 붕- 뜨는 것은 어딜 가나 똑같았다. 물론 한국에 비해 홍콩에는 코인노래방도, PC방도, 카페도 없으니 이런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영화밖에 없던 점이 아쉬울 뿐이다. 광둥어 자막에 영어로 나오다 보니 한국 자막이 굉장히 고프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밤늦게까지 술 먹고 노는 가게가 없는 만큼 더 공부에 열중하기 좋은 환경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시험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험 덕분에 수업이 거의 두 달이 진행된 동안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던 T군과 Y양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같은 곳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얼굴만 알던 T군에게 인사를 하니 Y양도 껴서 셋이 알게 되었다. 특히 신기했던 건 Y양이 한국인이었다는 것! 교환학생인 나와 달리 유학생인 Y양은 수준급의 영어실력과 홍콩 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갖춘, 정말 글로-벌한 인재였다.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중국 본토에서 온 T군은 이런 한국인 두 명에게 중국의 요리를 맛 보여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T군이 데려간 곳은 쏸차이위를 파는 가게였다.


  쏸차이위는 차오위(산천어)에 쏸차이(쓰촨식 파오차이)를 넣고 끓여 낸 생선탕 가정요리다. 한국으로 따지면 아구탕 같은 느낌? 다만 화자오(마라탕의 재료 중 하나)가 주는 얼얼한 맛이 살짝 첨가된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국물은 하얗고 맛은 맑은데 달지는 않고 화-한 느낌이 있는, 난생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쏸차이위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쏸차이위를 먹으면서 T군의 가정사정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 T군의 집은 홍콩의 북쪽 끝으로, 기차로 중국 본토와 3 정거장만 더 가면 이어질 정도로 중국 본토와 가깝다고 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다 한 집에 사는데, 가정의 규율이 중요해서 저녁은 꼭 집에서 먹어야 하며 하루에 한 번은 향을 피운다고 한다.


 가장 규율이 엄격하다고 느낀 부분은 여자친구에 대한 T군의 이야기였다. T군은 여자친구가 있는데, 할머니의 '가정의 규율' 아래에서 원래 자기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여자친구를 사귀면 안 되는 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지금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몰래 만나고 있다고.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로미오와 줄리엣 같아서 - 동양이니까 견우와 직녀 같은 느낌이라서 T군을 응원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가정이 있음을 이렇게 또 느끼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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