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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05. 2024

건강이 걱정이다

10/13(목).


 홍콩 이공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헬스장을 무료로 개방한단다! 한국에서는 대학교 내에 헬스장이 있는 건 봤어도 무료로 개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는데... 복지는 좋은 것이다.


 다만 헬스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 교육(Fitness course라고 하더라)을 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간단한 기구 교육 및 안전 교육일 뿐이다. 이미 헬스장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교의 규정상 교육을 신청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다. 듣기로는 어떤 학생이 혼자 이용하다가 다친 이후 생긴 규정이라고 한다.


 여하튼 적당히 선행 교육을 듣고자 온라인 신청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예약이 꽉 차서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게 12월 중순이었다. 나 같은 교환학생에겐 기회가 없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S군과 F군에게 이야기하니 혹시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예약이 가능할 수도 있단다. 영어로 이런 경우를 Walk-in이라고 한다던데, 오늘 오후 2시에 수업이 있으니 1시간 전에 미리 가서 대기하자 다짐했다.


 그런데 체육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갈 때 이미 헬스장 앞에 서있는 5명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같은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지만... 역시 예약 취소를 6명이나 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1시간 전에 왔는데도 앞에 5명이나 있으니 그럼 첫 번째로 온 친구는 언제 온 걸까?


 그래도 10월에는 다음 주에 한번 더 기회가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오픈런의 민족의 힘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10/18(화).


 오픈런의 민족은 죽었다. 오전 8시에 진행하는 선행 교육은 결석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예상해 한 시간 전인 7시에 도착해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내 앞에 4명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6시에 온 사람이란다. 그 결과 또 내 앞에서 잘리게 되었다.


 기다림. 기다림은 무엇인가. 기다림의 합리성은 무엇인가.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니 그냥 교환학생 동안은 편안히 운동하지 않는 돼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날이었다.


 10/19(수).


 거기에 운동 부족 때문일까? 요즘 변비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배가 무겁다. 운동하지 않는 돼지로 사는 게 좋다고 말한 사람 누구야, 나와.


 실험 없는 날이라 F군과 S군과 함께 밖에서 식사를 했지만 요 며칠 잠 부족으로 생긴 구내염 때문에 같이 먹기 힘들었다. 최근 밤에 잠을 잘 때 추워진 게 원인이다. 왜 춥냐고 한다면, 기숙사에는 히터가 없거나 약하고 에어컨만 있기 때문이다. 영하까지 떨어지지 않아서 가정부들도 밖에서 노숙하는 홍콩인데 히터가 굳이 필요할리가...


 변비만으로 충분한데, 감기는 더더욱 걸리고 싶지 않았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타지에서 병원에 간다는 것은 난생처음 보는 가족의 집에서 잠을 자는 것처럼 생각보다 더 미지(未知)이고 더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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