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리 Oct 20. 2024

가지 말라며 우는 아이, 나가야 하는 엄마

살려주세요...

아침 출근길 마음이 좋지 않았다.

책을 더 읽어달라는 아이에게 엄마는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근'이라는 단어를 아는지 아니면 거절의 의미를 알아들은 것인지 모른다. 다만, 그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닭똥 같은 눈물을 가득 흘렸다. 더 속상한 것은 아이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마음 아파할 시간조차 없다. 시곗바늘이 20을 가리킬 때 나가야만 버스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에게 약속을 했다. 하원하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빵'을 사서 많이 먹자고 말이다. 입안 가득 먹는 것을 좋아하는 먹보친구에게 빵 약속은 백발백중이다.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휴.. 다행이다.


웃음을 뒤로한 채 바쁘게 신발을 신고 등원을 잘하라는 당부인사와 함께 쌩하고 밖을 나선다.


내 마음처럼 회색빛 날씨에 하늘을 한 번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아이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마음이 좋지 않다. '뭐 그렇다고 당장 회사 관둘 거야. 뭐 할 거야.'라며 대문자 T스럽게 애써 넘긴다. 퇴근 후 아이와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면 될 거야라며 담담하게 감정을 삼킨다.


하원을 하며,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 이것저것 말하는 아이, 그에 비해 찌들어 있는 나는 영혼이 50%는 빠진 채로 '아 정말? 우와~ ' 비슷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아이를 유모차에 싣는다. 다른 것은 못 지켜도 아이와 한 약속은 지키려 아이에게 말한다. 아침에 엄마가 출근해서 속상했지? 우리 엄마랑 빵 먹으러 갈까?라는 말에 활짝 웃어서 눈은 단추구멍이 되어버린다. 웃으며 찌그러지는 너의 얼굴을 보면 가슴 벅차다는 것이 이런 감정일까라고 느껴본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느껴볼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점차 바다 같아진다.


평일은 매일이 도전이다. 쉽지 않다.

그 와중에도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 10분이라도 책을 읽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니 만족감과 행복감이 쌓인다. 엄마의 삶, 직장인의 삶이 때로는 벅차서 모든 것들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하기도 한다. 그래도 건강함에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엄마의 삶도 나의 삶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


부모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다면, 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이 갈 것이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겠지!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전 15화 아이 데리고 브런치 팝업을 다녀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