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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Nov 10. 2024

회사에 임밍아웃을 했다.

둘째는 언제 육아휴직에 들어갈까요?

 회사를 다니다가 임신을 하게 되면 12주까지 2시간 단축근로를 할 수 있다. 월급은 그대로이지만 2시간을 빨리 퇴근할 수 있기에 임산부들에게 희망적인 2시간이다. 하지만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임신을 회사에 알려야 할지는 매우 고민된다. 실적의 압박이 존재하는 회사에서 임밍아웃으로 인해 법적으로 안 되지만 회사에서 해고당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배척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2시간 단축근로를 쓰지 않기엔 임산부의 몸은 처절하게 망가져만 간다. 주변 사람들이 모를 수가 없다. 이걸 어떻게 잘 어느 타이밍에 말해야 할지, 혹여나 너무 일찍 말해서 단축근로를 하다가 유산한 사실을 다시 알려야 할 상황도 생각한다. 임산부카페에 가면 회사에 어떻게 말할까요라는 글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임신을 확인 후에 어떻게 알려야 할지 미혼인 팀장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인원도 적은 이 회사에서 나의 임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대표님의 경우 계속된 실적 압박을 받으시는 상황이라서 직원들에게도 큰 압박이 있는 상황이었다. 동료 직원 중에서 유산을 경험한 분도 있었다.


 아기집을 확인했을 때(4주) 말을 할까? 심장소리(5-6주)를 듣고 말을 할까?

를 고민을 했는데 피 비침이 있어서 아기집을 확인 후 거의 바로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아무도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여전히 눈치를 본다. 아무래도 돈을 버는 사회생활이지 않는가? 이 시기를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 보자.


 회사가 바쁜 편이라서 매일 2시간을 빠르게 퇴근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기존 퇴근시간보다 1시간이라도 일찍 퇴근하며 붐비는 퇴근길을 피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겉으로 보기엔 임산부인지 모를 정도의 초기 임산부들은 생각보다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마다 다양한 입덧이 존재하지만 첫째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토를 했고 음식을 먹지 않고도 위액을 토하는 경험까지 해보았다. 삶의 질은 뚝뚝뚝 떨어졌고 출퇴근을 하면 나의 모든 에너지는 소실되었다. 그땐 어떻게 왕복 3시간 출퇴근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남편의 보좌를 받으며 입덧기간을 간신히 넘어갈 수 있었다.


 둘째의 임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출근준비만으로도 벅찬 임산부지만 아이의 아침을 챙겨야 하고 아침을 주다가 구역질을 하기도 하지만 해야만 하기에 견뎌야 한다. 이번엔 멀미가 정말 심한 입덧을 경험하고 있다. 회사는 역세권과 먼 곳에 있기에 무조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퇴근길의 버스 안에서 토하기 직전에 내린다. 그러면 진짜 길바닥에 눕고 싶을 컨디션으로 버스 발판을 디디며 어깨는 잔뜩 굽어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려도 정류장의 의자에 잠시 쉬었다가 집으로 발을 질질 끌며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이었던 퇴근 길이 한 걸음 한걸음을 디뎌야만 하는 챌린지로 다가온다. 집으로 들어가서는 찬물을 한 모금 마시고 침대에 곧장 눕는다.


퇴근을 한 남편은 오늘도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안타까운 미소를 보낸다. 그의 배려 덕분에 퇴근 후에 누워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야근을 해야 해서 아이 하원부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때면 세상이 원망스럽다. 정말 이 시기에는 하루에도 12번씩 육아휴직을 당장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다. 하지만 경산모는 알고 있다. 약 12주가 지나면 전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걸 말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버티자. 버티자. 지나간다. 지나간다.


하지만, 여전히 억울함은 남아있다. 주말에 최대한 쉬었는데 여전히 글 한편을 못 쓰겠는 상태, 아이와 놀이터 한 번을 못 나가겠는 상태를 느끼며


억울해 억울하다고!!! 나 지금까지 쉬었는데 왜 이럴까?



이런 말을 뱉는 나를 향해, 남편이 말한다.


쉬어서 그 정도임을 잊지 말자. 임산부


오... 남편 현명해...^^...






엄마의 임신을 알게 된 아이는 전보다 엄마를 더 찾는다. 엄마와의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정말 동생이 생긴다는 의미를 아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아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첫째이기에 어릴 때의 서러움이 아이에게 반영되는 것 같다. 첫째도 아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려고 하지만 때때로 꺾여버린 체력에 '안 돼' '하지 마' '해줄 수 없어'라는 부정어를 너에게 자주 뱉곤 후회한다. 미안함이 가득 올라와서 자고 있는 너의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내려본다. 이 시기를 잘 보내주어서 고마운 친구.


너도 나도 성장하는 시기임을 잊지 말자.


그래도 배는 차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이따금 자주 들어오는 너의 발공격에 순간순간 젤리곰은 괜찮은지 걱정된다. 둘째 너도 알아서 강인하게 잘 자라렴. 견뎌내라. 너의 윗분은 꽤나 강력하단다.


다시 출근해야 하는 일상이지만,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이 정도 컨디션에 감사하며

주말에 글 한편을 발행할 정도로 꿀맛 같은 휴식을 잠시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침대와 한 몸이 되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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