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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Nov 17. 2024

엄마, 아파?

아니야, 괜찮아

엄마, 아파?

"아니야, 엄마 괜찮아!"

"엄마, 아파???"

 오늘만 벌써 10번째 물음이다. 빈백에 머리를 기대어 축 쳐져서 누워있는 나를 보며, 26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엄마를 걱정한다. 입덧을 하며 집안일은 남편에게 전부 맡긴 것도 벌써 한 달이 넘는다.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집안을 치우고 아이를 본다. 그래도 경력자인지 바지런히 움직이면서 힘은 들지만 아내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음 짓는다.




 아이는 엄마와의 시간이 부족한지 자꾸만 보챈다. 혼자 잤던 아이는 엄마가 침대 옆에서 손이라도 잡아주길 원하며 '같이, 같이'를 외친다. 손을 잡고 누워서 오늘 하루에 대해 묻는다. 친구들과 어린이집에서 잘 놀았는지? 공원에 가서 낙엽을 밟고 놀았는지? 키즈노트에 선생님이 써준 글들을 보며 너의 하루를 유추해 본다. 아이를 재우곤 책을 읽던 날들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속이 울렁거릴 때면 내 손에는 핸드폰, 부드러운 베개에 머리를 맞닿여두고 눈을 질끈 감아본다. 눈을 감아도 감아도 잠이 오지 않고 너무 힘들 때면 핸드폰을 켜서 멍하니 하게 된다. 신체활동이 줄어들고 몸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임신초기엔 꼭 핸드폰 스크린타임시간이 늘어난다. 내 몸이 왜 이런지 궁금할 때면 임산부 카페에 들어가서 검색을 이리저리 해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가지고 글들을 읽어 내려간다. 그러다가 '유산'과 관련된 글을 읽곤 문득 불안감이 나를 덮친다. 그렇게 sns를 켜면 유산과 관련된 짧은 영상들이 빠르게 쏟아진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임산부가 핸드폰을 하다 보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핸드폰을 오래 하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고 컨디션은 더욱더 떨어진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치열한 삶 속에서 한 줄 두줄 써 내려가는 글이다. 나의 하루가 얼마나 답답한지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오늘도 열심히 살아냈구나' 나를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첫째 임신 때는 입덧의 힘듦이 억울해서 자주 울고 억울함에 대해서 남편에게 토해내기 바빴다. 3년 사이에 성장했는지 둘째 임신은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여전히 억울한 나날이지만 아이의 신생아 사진을 보며 나중의 결과(?)를 알기에 현재의 시간은 지나갈 것임을 알기에 흘려보내려 한다.





그래놓고 남편에게 외친다.




여보, 그냥 오늘은 귀찮은데 닭발이나 먹을까?




어후 만사가 귀찮고 출근도 싫고 임신초기엔 매일매일 육아휴직이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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