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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Dec 16. 2024

마음이 무너지고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괜찮아

나와 남편은 8시 - 5시 출퇴근 시간을 갖고 있다.

아이를 조금 더 일찍 하원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집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직장을 구했다. 더 많은 연봉, 나에게 좀 더 맞는 직무 대신에 집과 직장의 거리가 1순위가 되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7시30분에 등원을 완료하고 아이는 직장인 스케쥴에 맞춰서 기상을 하게 된다. 27개월 아이는 엄마아빠의 직장스케쥴에 맞추어서 6시30분 기상 8시 취침을 한다. 낮잠은 1시간30분 ~ 2시간정도를 잔다. 이른 시간에 밥을 먹고 움직이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주변에 도와줄 어른들이 계시지 않기에 아둥바둥 조각조각 반차와 반반차를 섞어가며 남편과 으쌰으쌰하며 지내고 있다. 매일 곡예를 하는 것 같은 삶이지만 또 이렇게 익숙해지기도 하고 잘 해내고 있다. 사실 어린이집은 7시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봐주시기 때문에 그나마 낫지만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참 걱정되긴 한다. 

토요일에 유난히 아이가 일어나기 힘들어했다. 몸살감기에 걸린 것인지 조금 이상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서 일어나자마자 두발로 쾅쾅 뛰어다녀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걷자고 매번 제안했어야 했는데 토요일에는 이상하도록 이불을 가지고 다니며 거실 이쪽에서 잠을 취하기도 하고 안방 바닥에서 또 잠을 자기도 했다. 주말이라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그 시간에 집안일을 좀 더 해두었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나 역시도 주말에 무리를 했는지 두통이 심하게 왔고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타이레놀을 겨우 한개 목에 넘기며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또 차를 타고 가다가 멀미를 했는지 저녁을 조금 먹고도 얹혀버린 답답한 가슴을 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상에 조금 많이 답답해하며 아이를 깨우러 아이방에 들어갔다. 더 자겠다는 아이를 안아서 거실로 데려와 안아주었고 밥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밥을 주려 했다. 불편한 표정의 아이는 갑자기 빈백으로 가더니 쏙 눕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더 잘래?


라는 물음에


응 졸려 


라는 대답을 했다. 


아이가 자는 탓에 마치 뷰티 유튜버처럼 천천히 기초를 바를 시간이 넉넉해졌고 피부의 촉촉함을 느끼는 대신 마음 한 편에는 불편하고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럴 때, 회사를 안 갔으면......'이란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못해 남편에게 말로 뱉었다. 


"더 재우면 좋을 텐데..."


라고 말을 뱉고는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는


"아냐, 이렇게 규칙적인 삶을 배워가는 거겠지. 육아휴직때 등원시간이 불규칙했던 것 같아. 규칙적인 생활패턴은 중요해."


라고 긍정회로로 말을 뱉었다가 머리 한 켠에는 '그걸 굳이 이렇게 배울 필요는 없잖아...어른의 세계에 일찍 초대할 필요도 없고. 쟨 고작 27개월인데...'라는 생각으로 화장을 마쳤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엄마가 퇴근하고 와서 주방에서 밥을 할 때, 네가 엄마 발등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너를 끌고다니며 밥을 했어. 엄마는 그게 그렇게 미안해."


초초초현실주의, 이성주의자 우리엄마가 나에게 저런 말을 매번 뱉을 때면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사실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 채 엄마를 달래려고 항상 똑같이 말했다.


"엄마, 난 기억도 안 나고 지금 잘 컸잖아."


나도 엄마가 된 지금, 평생 그 시절에 대한 미안함을 말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미안해라는 말 대신에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보려한다. 


고마워. 네 덕분에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같고 좋은 세상을 위해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 그래서 네가 잠든 그 시간에 조금 더 공부하고 싶고 그런 공부들이 쌓여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오늘 오전까지만 불편한 마음을 잠시 갖고 다시 엄마의 일상을 씩씩하게 잘 살아볼게. 그렇게 우리 같이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보내보자. 퇴근 후에 더 많이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내보자. 


워킹맘이든 워킹데디이든 전업이든 아니든 당신의 하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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