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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Dec 12. 2024

나의 실패 일지

너도 나도 같이 성장하자.

둘째를 임신했다.


그 이후 나의 삶은 너무나 처절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임신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데 나의 경우엔 임신을 하고 나서부터는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임신사실을 알리지 않았음에도 주변인들은 나에게 "몸 괜찮아~?" "아파 보여." "몸살이야? 얼굴 혈색이 안 좋아 보여" 등의 이야기를 말한다. 


회사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쏟고 출퇴근길에도 어깨가 축 처져서는 발걸음을 찍찍 끌며 집으로 온다. 융통성 있는 회사는 아니기에 당일 연차는 생각할 수도 없고 그렇게 버티며 회사를 출근하고 퇴근하고를 반복했다. 시간이 약인지, 임신에 안정기는 없다지만 그래도 최악의 저점은 끝낸 것 같은 12월이 되었다. 임신 경험자로 이쯤엔 나의 컨디션이 조금은 올라올 법한테 자꾸만 떨어지는 것이 나의 생활 패턴을 아이의 패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약 2달반동안은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며 나의 생활을 돌아보기보단 그냥 수긍하는 편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독서를 하고 싶고 글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정말일까?라는 생각을 혼자서 곰곰이 해보았다. 시간이 정말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낭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인지 고민해 보았다. 전에 비해 시간이 부족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생각해 보니 낭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출퇴근길에 메모를 하기도 하고 글감을 작성해두기도 하고 독서를 하기도 했던 전과 달리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어느새 SNS를 만지작 거리며 멍하니 어둠이 걷히는 길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소위 짤들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스크롤만 내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나쁜 습관이 나도 모르게 습자지에 먹물이 스며들듯이 머금어버리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출퇴근 길에 내가 할 수 있는 리스트를 작성 후에 가방에 하나 두 개 넣어버리기 시작했다. 짧게 읽을 수 있는 시황 프린트, 짧게 읽을 수 있는 글 등 난도는 높지 않되 핸드폰으로 손이 쓱 가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나는 하나 둘 다시 나쁜 습관에서 좋은 습관을 장착하려는 시도를 해 보이고 있다.


시간이 없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을 때, 나의 수면 패턴이 꼬여가고 아침시간이 꼬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초기 임산부는 잠이 쏟아지는 것은 맞지만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과 다르게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함이 적었다. 임신 때문에 새벽에 화장실을 가는 것도 한 몫했지만 최근 아이와 같이 자면서 나와 아이의 수면의 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둘째를 임신하면 이상하게도 엄마들은 첫째에게 미안함을 가득 품는다고 한다. 나 역시도 그랬고 재접근기를 지나고 있는 첫째가 서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분리수면을 잘하고 있다가도 아이가 조금만 나를 원하면 울면 어느새 같이 자는 것이 고정되어버렸다. 그렇다 보니 내가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 옆에 있는 아이도 같이 깨어서 아침 공부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되었고 나의 하루는 출근, 퇴근, 육아 그리고 잠이라는 것만 남는 하루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게을러지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하루들이 쌓이는 것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새벽에 몇 번씩 깨면서 아이의 수면의 질이 계속 나빠지고 있었고 나의 수면의 질도 나빠져서 10시간을 자도 피곤한 삶이 지속되었다. 다시 아이와 나는 분리되어서 각자의 방에서 자는 것이 필요했고 아이가 자기 전 충분한 스킨십, 규칙적인 수면패턴을 잡아갔고 아이가 침대에 있을 때, 침대 밖 아이방에서 기다려주다가 나오길 반복했다. 그렇게 아이는 8시부터 입면 했고 나는 집안일을 잠시 하며 책을 20분이라도 읽다가 나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분리수면이 반드시 좋다는 것이 아니며, 무조건 울리면서 하는 분리수면에는 반대한다. 각자의 패턴에 맞는 수면교육을 지향한다.) 




육아를 하며 나의 것들을 챙긴다는 건 사실 보통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조금 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왜 안 되냐며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육아라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육아의 최종 목표는 자립과 독립이다.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엄마도 어렵지만 엄마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해나가는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도 되고 잠시 돌아가면 다시 돌아와서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면 된다.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이의 여정을 응원하며 나의 삶도 내가 제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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