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범벅된 기지의 어두운 복도에는, 메아리처럼 울리는 내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염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동료들이 부상을 입었던 장면이 반복해서 떠올라,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적과 싸울 때 불안하게 떠오르던 쇳덩이들이 현우의 번개에 공중에서 터져나가 동료들이 다치는 순간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가 저지른 실수로 인한 부상과 피해는 팀 내에서 불안을 불러일으켰고, 몇몇 동료들은 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듯했다.
훈련장에서 마주친 동료들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마치 내가 언제 다시 실수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눈에 비쳤다. 아무도 나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침묵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나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훈련장에서 홀로 염력을 연습하며 나의 능력을 억누르려 했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훈련장 바닥에 쌓인 먼지들이 나의 불안정한 염력에 의해 공중으로 떠올랐고, 사방에 흩어지며 불안감을 더했다. 거대한 철제 기둥들이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소리를 냈다.
내 마음속에 자책과 두려움이 뒤섞여 염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다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훈련장의 기구들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벽면에 고정되어 있던 무기들이 저절로 빠져나와 주위를 회전하며 휘감았다. 나는 순간 불안감으로 흔들렸고, 훈련장은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신, 제발 멈춰! 네가 이러면 모두가 위험해!"
현우의 외침이 들렸지만, 내 마음은 이미 통제가 불가능했다.
나는 내 능력을 통제하려 했지만, 내 의지와는 반대로 폭주했다. 공중에서 기기들이 서로 부딪히며 불꽃을 튕겼고, 그 파편에 몇몇 동료들은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더욱 당황했다.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는 소리를 지르며 훈련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기지의 외곽으로 뛰어갔다.
기지 외곽의 어둑한 공간, 폐기물들이 널려 있는 이곳은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쓰러진 철제 구조물과 버려진 기기들 사이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왜 난 이렇게 무능한 거지..." 자책하며 중얼거리는 내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내가 이 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고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미선이 조용히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내 혼란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
미선의 눈은 나를 향해 부드럽게 빛났다.
"신아, 네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야." 미선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깊은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는 팀이야. 우리 모두 네가 잘할 수 있도록 도울 거야. 네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미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위로는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눈물을 삼켰다.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내가 자책에 빠져 있을 때,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씩 나를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진혁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중요한 건 그걸 극복하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냉정하지만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현우는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우리 팀의 중요한 일원이야. 우리가 너를 믿는 것처럼, 너도 자신을 믿어야 해."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신뢰가 가득했다.
동료들의 위로 덕분에 나는 점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나는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다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동료들이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다음날,
나는 동료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능력 연마가 아닌, 팀워크를 중심으로 한 훈련이었다. 훈련장은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고, 스피커에서는 리더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훈련은 팀워크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각자의 역할을 잊지 말고,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나는 염력을 더욱 정밀하게 다루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을 시작했다. 동료들과 함께할 때 내 능력은 더 안정되었고, 훈련은 점점 더 원활해졌다.
현우는 내 염력 폭주를 제어하기 위해 전기의 힘으로 내 능력을 막아내며, 내가 능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왔다. 훈련장에서 전기가 스파크를 튀기며 내 염력을 억제할 때, 나는 현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느끼는 두려움을 에너지로 바꿔, 그것을 컨트롤해야 해!"
미선은 훈련 중 부상당한 팀원들을 신속하게 치료하며 팀의 전력을 유지했다.
"걱정 마, 우리가 함께 있어."
미선의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미선의 손끝에서 나오는 치유의 빛이 훈련장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진혁은 시간을 조종해 훈련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통제하며, 내가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왔다. 그의 능력으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나는 염력을 더욱 정밀하게 다룰 수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야." 진혁의 조언은 내게 용기를 주었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내 염력은 점점 더 안정감을 찾아갔고, 동료들과의 협력도 더욱 원활해졌다. 이번 훈련을 통해 나는 내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을 이루었다. 훈련장의 강한 조명 아래서 땀에 젖은 내 얼굴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훈련이 끝난 후, 나는 동료들과 함께 한층 더 강해진 우리 자신들을 느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기지의 복도에서 긴급히 울리는 경보음이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 리더는 모든 팀원들을 긴급히 회의실로 소집했다.
회의실은 낮은 천장과 회색 벽으로 둘러싸여, 외부의 소음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리더를 바라보았다.
회의실 중앙의 홀로그램 테이블에는 적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붉은 점들이 떠올라 있었다. 리더의 표정은 심각했고, 그가 말할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모두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교활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상대한 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이미 우리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지훈의 목소리에는 경고와 함께 깊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한순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껏 겪었던 위험과는 다른, 훨씬 강력한 적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적은 우리의 능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력까지 시험할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신체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든 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훈은 경고를 이어갔다.
지훈의 경고가 끝난 직후, 기지 내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시스템은 침입을 알리는 경고음을 울렸고, 팀원들은 즉각 전투 준비를 마쳤다. 회의실의 조명이 붉게 바뀌고, 모든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겼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각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적들과의 첫 대면에서 나는 동료들과 함께 이들의 교묘한 전술과 심리전에 당황했다. 적들은 예상보다 훨씬 교묘하게 움직이며, 혼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우리 팀원들 사이에 스며들며 신뢰를 흔들었다.
나는 염력을 사용해 적의 움직임을 막으려 했지만, 그들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들의 공격은 예리하고 치명적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적과 마주하게 되었다. 회색 옷을 입고 있는 적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과 움직임은 분명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염력을 사용해 그를 공중에 띄웠다. 그러나 적은 비웃듯이 내 염력을 벗어나 반격해 왔다.
"이 녀석들, 보통이 아니야!" 나는 소리쳤다. 내 목소리는 거칠게 떨렸고, 손에는 땀이 흥건히 맺혔다.
동료들도 적의 강력한 힘에 당황했다. 적들은 우리의 약점을 꿰뚫어 본 것처럼 정확하게 공격을 가했다.
현우는 전기의 힘을 사용해 적을 태우려 했지만, 적의 기이한 힘에 의해 강력한 전기의 불기둥이 사라졌다.
미선은 치유 능력으로 부상당한 팀원들을 돕고 있었지만, 적의 끈질긴 공격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전투가 잠시 멈춘 순간, 지훈은 모든 팀원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우린 잠시 물러나야 해. 그들의 정체를 더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퇴각! 모두 퇴각해라!!"
우리는 모두 무사히 퇴각했지만, 이번 전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적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지훈은 퇴각 후 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우리에게 적의 움직임과 전술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그들은 단순한 전투병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공격하려는 자들이다. 그들이 우리의 신뢰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나는 지훈의 분석에 공감했다. 이번 전투에서 나는 적들이 단순한 물리적 위협이 아닌, 심리적인 공포를 심어주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