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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논어 3월 13일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by 한가한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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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장중하고 엄숙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으니, 학문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신(忠信)을 견지하고, 자기와 길이 같지 않은 사람과 교류하지 말며, 과오가 있으면 용기 있게 고쳐야 한다"

子曰: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군자부중즉불위, 학즉불고.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중(重)은 중후함을 뜻하고 위(威)는 위엄을 뜻한다. 이 두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외면을 경박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면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면에 걸맞은 외면을 가꾸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쉽다. 남명 조식의 일화를 살펴보자.

art_15332610292154_607fa3.jpg 남명 조식
가례마을을 지나 의령현에서 자굴산 기슭을 거쳐 삼가현으로 넘어가는 오솔길로 접어들었을 때 앞서 주막에서 만났던 청년들이 길을 막아섰다. 낌새로 보아 무슨 시비라도 걸어올 자세였다. 조식의 종자들이 "게 비켜라"하고 외쳤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조식이 말을 탄 채로 다가가자 길을 막아섰다. 그들은 "네가 무언데 자는 사람을 비켜라 마라 하느냐?"며 다짜고짜 반말로 대들었다. 보아하니 서른 살이 될까 말까 한 자들이었다. 조식은 어이가 없었지만 참고 점잖게 타일렀다. "보아하니 너희는 지체 있는 집안의 자제들 같은데 이 무슨 짓인가? 다른 사람이 길을 가면 비켜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조식의 종자들이 어르고 달랬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조식은 적잖은 수모를 당한 후에야 길을 지나갈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식은 올바른 처신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 의복 등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차림새가 변변치 못했다. 그러나 이날 수모를 당한 후로는 이러한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호랑이 가죽이 귀한 것은 가죽도 가죽이려니와 털이 있기 때문이다. 털을 뽑아 버린 호랑이 가죽은 개나 염소의 가죽과 다를 바 없다. 형식만을 위한 형식은 있을 수 없지만, 내용을 담은 형식은 필요한 것이다. 이 전까지 행색에 큰 신경을 쓰지 않던 조식도 이때부터는 사군자(士君子)로서의 근엄한 풍모를 갖추고자 했다.
- 허권수 지음, 『조선의 유학자, 조식』, 뜻있는 도서출판, 2022.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로 삼지 말라"고도 번역된다. 나보다 못한 친구만 가깝게 지내다 보면 오만해지기 쉽다. 그 친구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나보다 훌륭한 사람만 친구로 삼으려 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보다 내가 못한 사람이니 친구로 삼지 않을 것이다. 이는 모순적이지 않는가? 공자가 강조하려 했던 말은 무엇일까? 주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인의 이 말씀은 꼭 나보다 나은 자만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보다 나은 자는 대체로 멀리하고, 자기만 못한 자와 즐겨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그 병폐를 고치려고 한 말씀이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반성하고 고치는 것을 꺼려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억지를 부리며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돌린다. 이런 태도를 견지하면 당장의 문제 상황은 회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 자신의 잘못을 고칠 기회를 놓치면, 끊임없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작은 습관이 쌓여 나가면 큰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C4%A3%B1%B8%B6%FB_%BD%CE%BF%FC%BE%EE%BF%E4.jpg?type=w420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 3월 13일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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