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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논어 5월 12일

팔일무

by 한가한 늑대
3-1) 공자가 계씨를 두고 평가셨다. "팔일무를 자기 정원에서 추게 하니, 이런 것을 용인한다면, 또 어떤 것을 용인하지 못할 것인가?"

계씨는 노나라 대부로 이름은 계평자이다. 팔일무는 가로 세로 8열, 총 64명이 춤을 추는 예악(禮樂) 의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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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天子)는 8열, 제후(諸侯)는 6열, 대부는 4열, 사(士)는 2열로 춤을 추는 것이 당시의 예법이다. 그런데 노나라의 대부인 계씨가 자신이 할 수 있는 4열이 아닌 8열로 춤을 추게 했다는 것은 천자의 예법을 실행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지위, 직무, 의무,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윗사람의 자리를 넘보는 것이다. 공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넘어서 윗사람의 자리를 빼앗는 행태가 사회적 혼란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송대 유학자 사량좌(謝良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다.


군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있어서는 잠시도 처하지 않는 것은 차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씨는 이 일을 차마 하였으니, 그렇다면 비록 부모와 군주를 시해하는 일이라도 어찌 꺼려서 하지 못하겠는가?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은 매우 사소한 일 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예의를 지키거나 지키지 않는 일이 누적되면 큰 차이가 발생한다. 계씨는 대부임에도 불구하고 천자의 예법을 시행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제대로 지킬 의지도 없는 사람이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 사람의 내면적 도덕성은 점점 허물어지고, 사량좌의 말처럼, 부모나 윗사람을 죽이는 일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높은 직위에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높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논어의 3장 「팔일」의 첫 구절은 그냥 읽으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논어』라는 텍스트에서 공자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윤리적 주제 중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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