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

by 유별



나는 꽤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이가 생기면 먼저 고백하던 직진녀다.

마음먹은 일은 시기나 여건을 따지지 않고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스물 여섯이란 나이에 대학 신입생이 되었던 이유다. 무식해서 용감했다. 무모해서 계산하지 않았다. 경솔해도 부끄럽지 않았다. 미지해서 정열적이었다. 그래서 후회없다.



지금은 사소한 일에도 제동 건다. 바로 실천하기보다 골똘히 따져본다. 따져봐야 딴지일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한편으로 주위에 벽을 세우는 일인지 모른다. 이제 점점 패기넘치던 시절에서 멀어져간다. 이 순간을 열렬히 붙잡고 싶다. 점잔따위 체면따위는 걷어차버리고 싶다. 쌓아올린 벽들을 격파하고싶다.

무식만이 나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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