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by 유별


처음이다.


"안녕하세요."

아이는 오늘 활짝 웃으며 고모와 고모부에게 인사를 건냈다. 만 8세 가을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진 일이다.


지난 주, 집에 놀러온 이모와 이모부에게

"과일 드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한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유월 어느 날에는 자주가는 카페에서 망설임없이 말했다.

"망고에이드 주세요."


작년, 종업식날 신발장 앞에서 보건선생님을 마주쳤다. 아이에게 인사를 시켰다. 답이 없어도 끊임없이 사랑한다 말해주던 분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가 드디어 응답했다. 역시 처음이었다.


작년 여름방학,

"할머니, 식사하셨어요?"

친할머니와 처음 통화했다.



아이는 오랜 시간동안 나와 남편, 두명의 사촌, 그리고 소수의 친구를 제외하고 조부모나 다른 사람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말을 하는 일이 아이에겐 공포였다. 당연한 일이란 없는 것이다.



기적은 멀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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