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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은 Oct 28. 2022

고스트 연애 조작단

4

대부분 아이가 나를 멀리하는 와중에 우리 반 채린이가 용감하게 접근해 왔다.

 

“너 귀신 들렸다며?


 머리를 살짝 물들이고 날티나게 하고 다니는 아이였다.

 

“그렇다나 봐.”


설명하자면 복잡하고. 생각해 보니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어서 쿨하게 인정해 버렸다. 채린이는 두리번대며 주위를 살피더니 얼굴을 바짝 디밀었다. 

 

“너 점도 봐줄 수 있어? 왜, 귀신 들리면……. 그런 게 막 보인다잖아.”


낮게 속삭이는 소리에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랬는지 불쑥 장난기가 발동했다.


“좋아, 뭐든 궁금한 걸 말해 봐.”

“우리 반 반장 송진우 말이야. 나 그 애랑 잘 될 수 있을까?”

“들었지? 얘 진우랑 잘 될 수 있겠니?”

 

난 곧장 고스트에게 물었다. 그러자 채린이가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귀신 하고 말한다더니 정말이구나?”


바로 그때 그 귀신은 나한테 되묻고 있었다.


-너 뭐 하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고스트의 말을 무시한 채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안 되겠다. 진우는 이미 좋아하는 아이가 있대.”

 -내가 언제? 너 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하고 그래? 


고스트가 발끈했다. 그러나 나는 무시하고 채린이의 반응을 살폈다. 채린이는 크게 실망한 얼굴이었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진우 말고 네 짝은 따로 있다는데. 조만간 인연이 닿을 거래."

 -너. 진짜! 거짓말하는 건 나쁜 거잖아.

 

고스트가 툴툴대며 계속 끼어들었다.


“네가 거짓말이 뭔지나 알아?”


채린이가 가고 혼자 남았을 때 고스트에게 쏘아붙였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말하는 거잖아.

“잘 아네. 그러니까 아까 채린이한테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어째서?

“말 그대로 걔 짝은 따로 있거든.”

-누군데?

 “그걸 이제부터 네가 알아내야 해.”

-내가? 왜?

 “날 거짓말쟁이로 만들 셈이야?”


고스트의 말이 끊겼다. 천하의 인공지능을 헷갈리게 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고스트가 항복했다. 이럴 땐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넌 어떤 네트워크든 접속할 수 있잖아. 지금부터 채린이 SNS 계정에 들어가서 싹 다 털어 봐. 메일, 문자 다 분석한 후 그 아이 취미, 관심사, 인간관계 등 그것들 다 고려해서 가장 어울릴만한 짝을 우리 반에서 찾아내도록 해.”

-그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잖아.

 “설마, 아직도 네 이름 고스트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알아, 유령이라는 거. 한국식으로는 귀신이고.

 

고스트가 대꾸했다.

 

“그러니까. 넌 사람이 아닌 유령이나 마찬가지라고. 법은 사람한테만 적용돼.”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넌 귀신같이 일 처리한 후 나한테 정보를 주면 돼.”

-OK. 스캔 끝났어. 성격, 취향이나 취미를 고려했을 때 ‘김규식’이라는 애 하고 잘 맞아.

 

김규식이라면 키가 작지만 명석하고 제법 잘생긴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터프하고 남자다운 면모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채린이가 과연 성격이 까칠한 데다 자신보다 키도 작은 규식이한테 흥미를 느낄지 의문이었다.


“확실해? 채린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

 

내가 미심쩍은 투로 말하자 즉각적인 답이 돌아왔다.


-채린이라는 아이랑 잘 맞는 애를 찾아 달라며? 좋아하는 아이는 그 애가 아까 너한테 말해줬잖아 ‘송진우’라고.


입씨름해 봤자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할 것 같았다. 되든 안 되든  밑밥을 던지려면 정보가 더 필요했다.

 

“김규식 동선 좀 따 봐. 물론 규식이 SNS도 채린이처럼 털어서 둘이 가장 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해 주면 더 좋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스트가 정보를 읊어댔다.


-김규식은 오늘 학원 스케줄이 빡빡해. 수학학원 끝나고 영어 학원 가기 전 7시 50분쯤 막간을 이용해 학원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 구석에서 주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곤 해.

 “그런 것도 알아낼 수 있어?”

-동선 따라 CCTV 털어보면 간단한 걸 뭐.

 “고스트가 뻐기듯 말했지만 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걸로는 부족해. 뭔가 좀 특이한 게 있으면 좋겠는데…….”

-영어 학원 스케줄이 없는 매주 수요일 피규어 매장에 들러서 한정판 반다이 PG 건담 아스트레이 레드 프레임 카이를 들여다봐. 언젠간 꼭 살 거라고 돈 모으는 중이랬어. SNS에 올린 건담 사진만도 수십 장이야.

 “그거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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