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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학교에 나타나자 아이들은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윤아가 쭈뼛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위아래로 찬찬히 나를 살폈다.
“몸은 ……. 괜찮은 거지?”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줬다. 탐색하는 눈빛이 왠지 불편했다.
“잘 됐다. 예전처럼 회복된 것 같아 정말 다행이야.”
-얘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 표정 분석해본 결과 널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넌 좀 신경 꺼 줘.”
갑자기 고스트가 불쑥 끼어드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방심해 버렸다. 짜증 섞인 내 말투에 윤아가 움찔하더니 잡았던 손을 얼른 놓았다. 우린 동시에 당황했다. 고스트에게 한 말이었는데 윤아가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저, 윤아야 그게 아니라…….”
내가 황급히 다시 손을 잡고서 변명하려고 하자 윤아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워낙 큰 사고였으니까……. 이해해.”
-이것도 거짓말이야. 얘 지금 너한테서 도망치고 싶어 해.
“누가 알고 싶댔어? 좀 가만히 있으라고!”
발끈한 나머지 그만 또 버럭 소리쳐 버리고 말았다. 수습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는 걸 윤아의 눈빛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마음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윤아는 빛의 속도로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고스트인지 뭔지는 첫날부터 어이없게 나와 단짝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러곤 천연덕스레 말했다.
-뭐가 문제지? 난 상대에 대한 정보를 준 것뿐인데.
“그러니까. 왜 그랬냐고? 원하지도 않는데 불쑥불쑥 끼어들어서 오지랖 피지 말란 말이야.”
-왜 화내는지 모르겠어. 넌 나한테 잠자코 있으라고 당부하지도 않았잖아.
“그런 걸 어떻게 일일이 말로 해. 네가 눈치껏 빠질 땐 빠져줘야지.”
-눈치? 빠져줘? 그런 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봐, 널 움직이게 하는 대신 넌 나한테 그런 걸 학습시켜야 하는 거라고.
나는 고스트의 말에 바짝 약이 오른 나머지 펄펄 뛰며 소리쳤다.
“몰라, 몰라, 몰라. 내가 사람들하고 말할 땐 넌 무조건 닥치고 있어. 네가 끼어들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된단 말이야.”
-저기……. 조심해야 하는 건 너 같은데. 아까부터 다들 이상하게 보고 있어.
그제야 난 입을 다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 자리에 멈춰 선 아이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고 있었다. 가뜩이나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나는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윤아를 비롯해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이 나서서 나의 이상 행동에 대해 뇌 수술 후유증이라고 변명해 주었지만, 소용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