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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은 Oct 28. 2022

고스트 연애 조작단

5

난 곧장 채린이한테 다가갔다.


“이번 주 수요일 피규어 매장에 가 봐. 네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한정판 건담 뭐랬는데…….”

-반다이 PG 건담 아스트레이 레드 프레임 카이


고스트가 바로 말해 주었지만 길어서 그냥 건담 피규어를 보는 남자아이를 찾아보라고 했다. 며칠 후 채린이는 나를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늘 붙어 다니던 송하까지 달고 왔다.

 

“너 진짜 용하더라. 그날 피규어 매장에서 규식이를 만났는데 처음엔 ‘뭐지?’ 싶더라고. 그런데 몇 마디 나누어 보니까 의외로 나랑 너무 잘 맞는 거야. 그래서 우리 사귀기로 했어.”


채린이가 말을 끝내자 송하가 바로 나서며 내 손을 잡았다.

 

"네 귀신한테 나에 대해서도 좀 물어봐 줘. 언제쯤 남자 친구가 생길지…….”


단순한 장난기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될 줄이야. 고스트의 정보 수집력이 워낙 탁월해 생긴 부작용이었지만 그동안 나를 피했던 아이들이 앞다투어 달려왔다. 목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아니던가. 이미 귀신 들린 아이로 소문이 난 탓에 고스트와의 대화를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나로서는 나쁠 것 없었다. 


-궁금한 게 있어.

 

어느 날 문득 고스트가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다들 짝짓기에 열 올리는데 넌 왜 안 그러는 거지?

 

“왜긴……. 그쪽으로는 관심 없으니까 그렇지.” 


그런 줄 알았다. 사람은 정작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법이니까.

-내가 보기엔 너랑 어울리는 애는…….

 

“하지 마!”


나는 얼른 고스트의 말을 막았다. 비록 아이들의 연애사를 조작하게 되었지만 나한테까지 적용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복도 끝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진우가 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너 심장 박동이 이상해. 혈압도 오르고. 맥박도 불규칙해.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난 고스트의 경고를 무시했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네가 의사야? 네 바이탈이 지금 이상 반응을 보인다고.


나는 고스트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 진우가 바로 내 앞에서 멈춰 섰기 때문이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네가 큐피드의 화살을 가지고 있다며?”

 

역시 진우의 센스는 남다르다. 귀신 들렸다는 말 대신 이토록 멋진 표현을 쓰다니.


-얘 뭐래니? 그럼 네가 비너스라도 된다는 거야? 

 

고스트는 어느새 내 말투로 빈정거리기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왜? 너도 누구 관심 있는 아이 있니?”

 

내 반문에 진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니, 그보다 내가 과학고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이런 건 당최 조작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제 와서 꼬리 내릴 수는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진우 질문인데. 


“들었지? 얘 과학고 가겠니?”

-분석해 봤는데 성적은 나쁘지 않아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일 시험 결과와 면접 점수가 중요해. 결국, 얘 하기 나름이라는 거지.


“붙을 거래. 걱정하지 말라는데”


명쾌하게 답해 주자 진우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고맙다.”


진우가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야, 내가 언제. 그리고 너 방금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갔어.

 

고스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난 진우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뭐든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또 찾아와.”


진우는 종종 보자면서 기분 좋은 얼굴로 돌아섰다. 


-신기해. 조금 전까지 이상 반응을 보였던 바이탈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너 건상상 쟤는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건 그렇고. 방금 한 거짓말은 어떻게 수습할 거지?


“왜 거짓말이라고 단정해? 진우는 과학고에 붙을 수도 있어. 그밖에 네가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 따지고 보면 모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들이잖아? 그리고 거짓말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야. 선의의 거짓말도 있는 거라고.”

 

난 곧장 고스트의 허점을 지적했다.


-선의의 거짓말? 둘러대기는……. 그런 걸 바로 사기 치는 거라고 하는 거야.


인공지능은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고스트 말대로라면 진우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사기 친 덕분에 우리는 제법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예외는 진우한테만 적용했다. 다른 아이들한테는 내 점술이 연애사업에만 용하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고스트를 이용해 진우를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들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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