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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으려고 합니다

가족 밖에 없는 슬픈 가족

by 삽질


저희 아이는 이제 40개월이 됐습니다. 핏덩이를 낳아서 말도 못 하고 제대로 걷지는 못 하는 아이를 먹이고 키웠더니 이제 제법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됐죠. 말도 잘 통하고 자기 일도 나름 척척 해냅니다. 항상 함께 다니는 단짝 친구까지 생겼습니다. 부쩍부쩍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뿌듯합니다.


작년 말부터 육아가 조금 편해지면서 둘째를 낳을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작년 말에 둘째를 가졌지만 아쉽게도 계류유산이 됐죠. 유산이 안 됐다면 아마 올해 여름쯤에 이 세상에 태어났을 텐데 아쉬운 마음입니다. 아내 몸이 회복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잘 안되네요. 둘 다 이젠 나이가 꽤 많이 들었나 봅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몸은 그렇진 않네요.


처음엔 저희 부부는 둘째를 낳을지 말지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공감하시겠지만 둘째를 낳는 건 생각보다 큰일처럼 여겨집니다. 가장 큰 걱정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겠죠. 둘째를 낳고 키우는 동안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고 낳은 후에도 더 많은 비용이 들 테니까요. 돈의 논리로만 따지면 사실 아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기어코 낳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동물적 본능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일단 그 동물적 본능을 따르고 아이가 생긴 후의 일은 그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계획이 아니라 대처로 방향을 바꾼 것이죠.


저희 부부는 밖으로 잘 나가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족과 하는 모든 것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둘 다 사회생활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가족 안에서 많이 치유하는 편이죠. 지독한 I 가족입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베스트프렌드가 될 수 있었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턴 이 유대가 더 끈끈해졌습니다. 아이가 말도 곧잘 하고 활동성이 좋아지면서 이젠 세 명의 베스트프렌드가 된 느낌입니다. 저희 부부가 종종 하는 말로 하면 one team이 된 것이죠.


어찌 보면 참 슬픈 말이기도 한데 저희한테는 정말 가족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팀원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죠. 놀 친구들이 많아지니까요. 경제적 비용은 더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상쇄하는 장점이 더 많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둘째를 낳기로 마음을 완전히 굳힐 수 있었습니다. 조금 불안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팀워크는 너무 좋은데 어떤 녀석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부디 너무 다른 녀석이 안 나오길 바랍니다. (아이도 안 생겼는데 너무 김칫국을 마시네요. 분발해야겠습니다. )


자식은 참 신기한 존재입니다. 전에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아이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주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사람으로서 부모로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이효리가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아마도 사람에 대한 편견 없이 순수한 마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아마 이효리가 자식을 낳았더라면 그걸 경험했을 거라고요. 자식만큼 아무 편견 없이 맹목적으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겠지요. 그런 존재가 하나 더 있다면 어떨지 참 걱정도 되고 기대가 됩니다. 얼른 둘째가 생겨서 확인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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