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by JS

우리는 왜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소통에 실패할까요? 나는 내 머릿속 생각을 잘 풀어서 정확히 전달한 것 같은데, 상대방은 전혀 다른 말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일을 겪을 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 말하기 방식이 잘못된 것일까?' 혹은 '글자나 문서와 함께 소통해야만 오해가 없을까?'


오랜 고민 끝에 하나의 가설에 도달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은 아닐까?'


과일 '사과'라는 단어를 떠올려봅시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각자의 머릿속에는 '사과'의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누군가는 잘 익은 붉은 사과를, 누군가는 풋풋한 초록의 아오리를, 또 다른 누군가는 정갈하게 깎여 접시에 놓인 사과를 상상합니다. 물질적인 사과도 이럴진대, 추상적인 단어는 어떻겠습니까? 잘못을 뉘우치는 '사과'라는 단어는 또 얼마나 다른 이미지로 구현되겠습니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 숙인 모습을, 다른 누군가는 진심을 눌러 담은 편지를, 또 어떤 누군가는 그저 자존심 상하는 순간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레크리에이션 때 많이 하는 '일심동체'라는 단체게임이 있습니다. 제시어 하나에 팀원 모두가 같은 동작을 취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아주 기초적인 단어가 아니고서는 모두의 동작이 한 번에 통일되기가 어렵습니다. 이 간단한 게임이야말로, 우리 각자의 머릿속에 얼마나 다른 이미지가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가족이든 직장이든 모든 공동체에서 소통은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힙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 '이미지의 공유'라면, 공동체는 무엇보다 먼저 핵심적인 가치에 대한 이미지를 맞추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정했는데, 구성원 각자가 그 목표에 대해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과연 그것을 하나의 목표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생각은 우리 아이들을 볼 때 더욱 선명해집니다.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대화가 아닌 각자의 독백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고받는 상호작용 없이, 저마다 하고 싶은 말만 나열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예외는 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이미 '공통의 이미지'가 존재하는 주제가 등장할 때입니다. 가령, 유명 유튜버가 나락 간 이야기, 서로가 잘 아는 친구의 뒷이야기, 혹은 각자 겪었던 범죄상황의 긴장감 등에 대해서는 놀라운 집중력과 공유 감각이 발휘됩니다. 그들만의 선명하고 자극적인, 공유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유창한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그려진 이미지를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서툴더라도, 우리만의 '공통된 이미지'를 함께 그려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도달해야 할 진정한 의사소통의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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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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