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이루어지기 싫은 사랑 (원태연)
[하루 한 詩 - 002]사랑~♡ 그게 뭔데~?
객관적으로 봐도 상당히 예쁘게 생긴 여인
태어나서 단 한 번의 양치질도 안 하고서
과감히 내 입에 키스를 하는 여인
매력적인 궁둥이를 흔들며 유혹하듯 쏘다니다가도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볼일을 보는 여인
조금만 기분을 맞추어 주면
발라당 뒤집어져 가슴을 드러내는 여인
TV 개그 프로보다 더 재미있는 여인
만나자고 전화할 필요도
없는 돈에 커피 값 걱정하며 약속할 필요도 없는
아주아주 날 편하게 해주는 여인
아침마다 내 침대로 기어 올라와 단잠을 깨우는
그때마다 뒤통수를 내리치는데도
조금도 섭섭지 않은 눈길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안겨오는 여인
그녀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도 없지만
이루어지기도 싫은 까닭에
내 양말을 물어뜯거나 연습장을 찢어 놓으면
그녀의 촌스러운 이름을 외치며
식탁 밑으로 숨는 그녀를 한대 쥐어박는다.
“갑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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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동물
인간으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
犬公~!
시인의 눈에는
예쁘기 그지없는 여인으로 보이고
민초의 눈에는
나쁜 대명사로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일반적으로 ‘개’자가 앞에 붙으면 나쁜 말이 됨)
아름다운 영혼을 갖고 있는 시인에게서
아름다운 여인에 버금가는 시를 받은 행복한 개!
개 따위에 질투 시기심의 말만 만들어 던지는
개만도 못하게 사는 수많은 민초!
우리는
개 같은 세상에서
개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그런데
시인이 보는 여인과
범인이 보는 마누라는
왜 이렇게 많이 닮은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