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29
‘비교(比較)’는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우열,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을 뜻한다. 대조(對照)의 뜻이 포함된 개념이다. 比(견줄 비)는 ‘병렬하다’ ‘달라붙다’ ‘결탁하다’ ‘연계하다’ ‘비교하다’ 등의 뜻이 많은 글자이다. 글자 모양은 人(사람 인)을 역방향으로 돌려놓은 것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형상으로, 人이 2개가 있는 것이 쫓다(从)의 의미이므로 이것을 역방향으로 돌려놓은 것은 ‘친밀하다(比)’의 뜻이 있다고 한다. 한편 비교할 ‘비(比)’자는 비수(匕) 두 개가 합쳐져 이루어진 글자로 두 개의 칼날이 자신과 타인을 해친다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다. 較(견줄/비교할 교)는 뜻을 나타내는 車(수레 거)와 소리를 나타내는 交(사귈 교)가 합쳐진 한자로 ‘견주다, ’비교(比較)하다‘라는 뜻한다.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비교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신이 사는 사회 속에서 태도나 능력을 평가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라 한다. 사회적 비교를 위해 객관적이고 공통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찾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쉬운 다른 사람의 태도나 능력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비교할 때는 자신과 태도나 능력이 차이가 없는 비슷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려는 심리도 가지고 있다. 너무 차이가 심한 대상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해서 비교 대상이 늘 주변일 수밖에 없다. 성적이 중간인 학생이 1등을 하는 학생과 점수를 비교하거나, 나의 부를 1등 부자와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 별 도움이 못 되고 의미도 없다. 이처럼 사회적 비교를 하는 이유로서는 자신의 위상을 잘 알고 싶어 하는 자기 평가를 위해서이고, 우리는 늘 자기 자신이 상대적으로 ‘어느 위치인가?’, ‘어는 집단에 속해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비교하는 내용과 상대와 이유 등은 나이, 성별, 집단에 따라 다르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인류 공통의 특징이다. 즉,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사회적으로 비교하는 인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하는 비교 전략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자신보다 미흡한 사람과 하는 비교하는 하향 비교(downward comparison)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과 비교하는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이다. 먼저 하향 비교에 대하여 알아보자. 하향 비교는 자신이 최악은 아님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의 뇌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할 때 비교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상황이 최악일 때 하향 비교를 통해 나보다 더 나쁜 상황의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자존감을 회복한다. 하향 비교를 활용하여 최후의 자존감, 자존심, 행복을 지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상향 비교는 더 진보하고 성장할 곳이 있음을 깨닫고 노력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롤모델을 정하고, 노력하게 하거나, 꿈과 목표를 가지게 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혹 자만하거나 교만에 빠져 있던 사람에게는 겸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향 비교는 나보다 우수한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올려다보면 끝이 없다.’라고 하지만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목표(롤모델)로 하여 더욱 노력하고, 이렇게 상향 비교를 적절히 활용하는 사람들은 의미 있는 삶의 설계하면서 계속 전진해 나갈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상향 비교를 통하여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과의 상향 비교는 좌절과 우울함 같은 부정적 정서를 불러오지만, 자신보다 상황이 더 나쁜 사람과의 하향 비교는 안도감과 감사함, 행복감 등의 긍정적 정서를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다. 자존감 회복이라는 면에서 하향 비교를 권하고 있지만, 타인의 불행을 위로 대상으로 삼는다는 도덕적 문제점이 있다. 또한 상황이 나쁜 사람을 보고 위안보다 ‘나도 그렇게 불행해질 수 있다.’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상향 비교 역시 선의의 경쟁 관계를 정립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동기로 삼을 수 있지만, 너무 좋은 상황에 대한 열등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똑같은 비교하는 행위이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하향 비교는 자존감 회복으로 행복을 주고, 상향 비교는 목표 의식으로 삶의 의미를 키워준다. 두 방향의 비교를 적절히 활용하면, 행복과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삶의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인생을 지옥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비교를 지목한다. 특히 이때는 상향 비교가 부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돈, 지위,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은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엄청 많을 수밖에 없다. 절대 맨 꼭대기는 갈 수 없다는 얘기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데 바라볼 수 없는 가치를 붙잡고 씨름하다 보니 인생이 피곤해지고 초라해지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고 그 ‘차이’에만 주목하려는 것은 결코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며 절대 하면 안 되는 한 가지 더~! 부모 중 간혹 자식 사이를 비교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다. ‘네 오빠, 언니 발뒤꿈치라도 따라가 봐라.’라든가, ‘네 동생만큼만 해봐.’라고 비교하며 비난성으로 말하는데, 절대 하면 안 되는 말들이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둘인 부모에게 자기 자녀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둘을 꼭 비교해서 대답한다. “첫째는 너무 착해요, 그런데 둘째는 좀 이기적이에요.” 이런 식으로. 둘 중의 하나는 긍정적으로, 다른 하나는 부정적으로 대비시켜 설명한다. 아들만 둘 혹은 딸만 둘일 경우에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자녀가 셋일 때 특히 아들과 딸이 섞여 있는 경우, 부모는 자기 자녀들을 서로 비교하기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운동을 좋아하고, 둘째는 영어를 잘하고, 셋째는 게임을 좋아해요.”라고. 자식 사이에 부모의 비교로 생긴 상처 때문에 평생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보기보다 많다. 형제뿐만 아니라 절대로 사람을 비교하면 안 된다. 그것보다 짜증 나고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모는 일이 없다. 자녀의 자존감을 가장 많이 떨어뜨리는 사람이 부모란 말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키워야 하는데, 옆집 아이를 보고 끝없이 비교하면서 키우는 것이 문제다. 살면서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비교당해 기분이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자식들은 저마다 각각 다르고도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본 모습 그대로 긍정적으로 봐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특히 숫자에 집착하여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삶의 목적 자체가 숫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숫자의 크기는 비교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어릴 때 받았던 세뱃돈의 크기와 부등호로 표시되는 크기 비교 산수 공부부터 숫자를 비교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러나 숫자는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가족의 건강, 교육의 질, 삶의 즐거움 등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가치, 유머나 용기, 지혜와 가르침, 자비나 헌신 등을 측정하지 않는다. 숫자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측정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비교하기 위한 숫자는 불행의 씨앗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숫자에 삶의 목적을 두게 되면 늘 비교할 수밖에 없고, 비교하는 삶을 살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과 비교하면 열등감이 생기고 비교 대상을 낮추면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설은 아니다. 나와 남을 비교해 가며 불행을 키우는 것은 가장 큰 어리석음이다. 이렇게 불행의 씨앗이라는 비교를 통하여 위기의 상황에 자신의 운명에 우호적인 태도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남은 것은 내가 어떤 태도로 비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냐는 것이다.
수많은 학자가 행복에 관한 연구에서 내린 결론은 행복은 돈이 아닌 사람, 즉 인간관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은 ‘관계’인 반면, 불행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은 ‘비교’라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자로 ‘比(비교할 비)’자는 비수(匕) 두 개가 합쳐져 이루어졌다. 두 개의 칼날이 하나는 자신을 다른 하나는 타인을 해쳐 관계를 끊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유물과 숫자를 가지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비교의 방향을 어제의 나보다 더 성숙한 오늘의 나, 오늘의 관계보다 더 성숙한 내일의 관계로 바꾸어 살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