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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Dec 31. 2022

54. ‘기술(技術)’의 의미

삶은 의미다 - 54

기술(技術)’이란 과학 이론을 자연의 사물에 적용하고 가공하여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하는 수단을 뜻한다. 손이나 발로 사물을 다루는 능력이나 방법으로 우리말 ‘솜씨’와 같다. 技(재주 기)는 뜻을 나타내는 手(손 수)와 소리를 나타내는 支(지탱할 지)가 합쳐진 한자로 ‘재주’, ‘기술’, ‘장인 등의 뜻을 나타낸다. 術(재주 술)은 뜻을 나타내는 行(다닐 행)과 소리를 나타내는 朮(차조 출)이 합쳐진 한자로 ’재주‘, ’기술(技術) 등을 뜻한다.

기술은 과학, 공학 등과 관련하여 함께 쓰이며, 거의 같은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는 차이가 존재한다. 과학(Science)이라는 단어에는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이라는 의미까지 포괄하여 사용하고, 산업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가리킬 때는 ‘과학기술’로 많이 쓴다.

과학과 기술과 발명의 차이를 알아보면, ‘과학(科學, science)’은 사물의 구조나 성질을 실험하고 관찰하여 이론으로 정립한 지식 체계를 말하고, ‘기술(技術, technology)’은 과학 이론을 자연의 사물에 적용하고 가공하여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하는 수단이며, ‘발명(發明, invention)’은 새로운 것을 착상해내는 것이다. 이렇듯 기술은 과학 이론을 구체적으로 현실에 구현하는 실행의 학문으로, 과학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술이 없으면 과학도 이론에 그칠 뿐 우리 생활에 유용함을 주지 못한다.

‘기술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21세기에 인간은 신이 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 세상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창조한 조물주는 오랫동안 신으로 여겨졌다. 신은 창조자이고 조물주이다. 신이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동물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상력에 따라 과학, 기술, 발명을 이용해 수많은 사물을 만들어내고, 자연을 바꾸어 자기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 인공세계(artificial world)를 창조하고 있다. 광활한 자연환경으로부터 우리를 철옹성과 같이 지켜주는 도시는 인공세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처럼 갖가지 도구와 기술을 만들어야만 했다. 생존을 위해 기술을 발전시킨 인간은 어느새 지구 전체를 지배하고신과 같이 죽지 않고 영원한 삶이라는 자신의 생물학적 한계마저 뛰어넘으려고 한다인간이라는 동물이 신이 된 것이다한마디로 인간은 기술을 통해 만능의 신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안다라는 것은, 머릿속에 든 체계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할 수 있음’, 곧 ‘능력’이다. 바로 과학의 이런 특성이 기술을 낳았다. 기술은 우리가 몸으로 익힌 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노동이다. 노동을 통하여 인간은 생산력을 높였고, 자연의 법칙 관계를 파악하여 여러 물질을 가공하고 변형함으로써 삶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습득은 필수적이다. 살아가기 위한 생활 기술부터 경제적 독립을 위한 직업 기술까지 평생 수많은 기술을 배워야 살아갈 수 있다. 그 어떤 기술이든 습득하여 실용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필요하다. 첫째, ‘훈련이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정 기간의 훈련은 필수적이다.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훈련 기간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정신 집중이다. 고도의 정신을 집중하고 훈련 함으로써 빠르게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셋째, ‘인내. 누구든지 어떤 일을 달성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빠른 결과만을 바란다면, 우리는 결코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기술 습독에 대한 최고의 관심이다. 어떤 기술이 최고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눔 중에 중요한 한 분야가 자신이 가진 기술이나 지혜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거나 원천적인 기술과 지혜를 양도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가르침을 베풀면 더욱 지혜롭고 총명해진다. 덕분에 가장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인류는 빠르게 생존 기술을 익힘으로써 대(代)를 이어 생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술은 대를 이은 베풂이다. 위대한 발견을 통하여 세상을 바꾸고긴 세월을 통해 실생활에 적용되어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때로는 기술의 사유화를 통해 몇몇 개인이나 기업의 부를 급속히 축적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더 위대한 발명과 아름다운 기술 체계를 가로막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기술의 공유를 통해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기술 자체는 나쁘지 않다.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때, 지금까지 기술이 그것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앞으로는 기술이 나를 대신해 나의 목표를 결정하고 나의 삶을 통제하기가 너무나 쉬워질 수 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술을 보라. 내 손에 든 스마트폰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훤히 꿰뚫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기술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됨에 따라, 기술이 나에게 봉사하기보다 내가 기술에 봉사하게 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은 채 길을 오가는 사람들, 버스나 지하철의 사람들, 심지어 식탁 앞의 사람들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세기 동안 기술은 우리를 우리 몸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오감에 집중하는 능력 대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길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이 많고,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SNS를 통한 지구촌을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것이 쉽고, 심지어 식사할 때조차 남편(아내)과 대화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눈은 끊임없이 나 대신 스마트폰에 가 있다. 자기 몸과 감각, 물리적 환경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방향감각을 잃기 쉽다. 자기 몸과 접촉을 잃어버린다면 행복하게 살 수 없다. 자기 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결코 평안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기술을 통제하는 걸까기술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걸까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인류는 지금 막강한 기술의 힘에 의지하며 지구의 지배자로 생존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사이버 전쟁 및 기술 전쟁을 포함함 국가 간 전쟁, 눈에 보이지 않게 실행되는 월가의 경제적 착취, 첨단 무기를 사용한 살육의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보라.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해 어떠한 천국, 아니면 어떠한 지옥이 건설될지 알 수 없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세상이 나타날지 상상이나 되는가.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이상향의 천국을 건설하겠지만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지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인간은 언제나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발명하는 데 훨씬 뛰어났다기술적 파괴를 통한 경제 성장은 지구를 생태학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경제 성장 자체가 파괴적 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혁명은 조만간 인간을 직업의 세계에서 몰아내고, 일하지 않는 수많은 인간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또한 생명기술과 정보기술 혁명이 만들어낸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감정을 샅샅이 감시하여 권력을 인간에게서 컴퓨터로 이동시킬 것이다. 결국 과학기술과 생명기술의 융합은 핵심적인 근대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부, 교육, 지식, 정보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난 불평등의 세계가 현실화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며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인류공영의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이러한 도전을 해결하려면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어느 한 개인, 사회, 국가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이 전 인류와 지구 차원에서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원인으로 적대적이고 대립하고 있는 인류의 국가주의와 지역주의가 지구촌 차원의 협력이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기술이 되기를~! 

 

        

[세밑 인사] 

브런치와 인연을 맺어 걸음마 수준의 글을 올린 지 반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동안 부족함이 많은 글~! 읽어주신 작가님, 구독자님께서도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물리적으로야 오늘이나 내일이 똑같은 해가 떠오르니 다를 바 없지만, 인간에게는 시간과 세월이라는 개념이 있어 한해의 끝과 시작이라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오르막길을 더 잘 뛰어오르는 토끼의 발걸음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건필하시길 빕니다.

부산의 다대포 도서관에서 겨울 바다를 보며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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