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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뗏목(신경림)

[하루 한 詩 - 233]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뗏목은 강을 건널 때나 필요하지

강을 다 건너고도

뗏목을 떠메고 가는 미친놈이 어데 있느냐고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빌려

명진 스님이 하던 말이다

저녁 내내 장작불을 지펴 펄펄 끓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절방

문을 열어 는개로 뽀얀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곰곰 생각해본다

혹 나 지금 뗏목으로 버려지지 않겠다고

밤낮으로 바둥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 나 지금 뗏목으로 버려야 할 것들을 떠메고

뻘뻘 땀 흘리며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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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님이 말하기를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고,

필요한 것만 갖는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감당할 수 없는 뗏목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으로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땀 흘리는 중생이 한둘인가.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모습만 선명하다.

욕망의 삶에 끌려가지 말고

비운 삶을 가볍게 끌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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