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지 않겠노라 다짐했어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그의 판도라 상자엔 뭐가 들었을까? 내 노트북처럼 4차원적 블랙홀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다. 그의 내공으로 봐선 4.5 내지 5차원일 가능성도 크다. 아니야, 정반대일 수도. 아주 1차원적인 무엇일 수도, 어쩌면 상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동굴 밖에서 대기모드 타는 이상, 그 판도라 상자는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게 된다. 직접 보지 않았으므로. 두 눈으로 확인사살하지 않았으므로.
아니, 이거슨! 마치 슈뢰딩거씨네 냥냥이를 보는 듯하군. 응, 양자역학계의 고조할아버지- 슈뢰딩거. 응응, 그 물리학자의 애묘(愛猫)- 슈뢰딩거 고양이.
외부와 차단된 채 독극물이 든 상자 안에 갇힌 고양이가 있다. 1시간 뒤, 독극물이 방출될 확률은 50%. 이는 고양이의 생사도 반반이란 뜻. 그렇다면 60분 후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죽어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상자를 열고 고양이 멱살을 잡아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가 공존한다는 뜻이렷다.
이게 뭔 고양이 개풀 뜯... 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양자역학의 아버지 코펜하겐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며 말한다.
이게 뭔 고양이 개풀 뜯... 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양자역학의 아버지 코펜하겐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며 말한다.
고양이의 생사는 네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에서야 결정되는 거야. 니가 고양이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셈이지.
이때 지나가던 아인슈타인, "거 참 기기괴괴하군." - 하며 콧방귀를 뀐다.
죽고 사는 게 동전 짤짤이도 아니고. 신이 무슨 야바위꾼인 줄 아나?
이에 스쳐가던 닐스 보어가,
니는 낄낄 빠빠도 모르나? 신의 영역에는 들이대지 마라.
-며 눈을 흘긴다. 이에 리처드 파인만이 세상만사 달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보나? 훗.. 너거도 너거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지 모른다는 거- 내 다~ 안다. 그니까 마 가던 길들이나 가소.
표표히 흩어지는 그들 등에 대고 내가 다급히 외친다.
“그래서요! 동굴- 들어가요, 말아요? 상자- 열어요, 말아요?!?”
그때 누군가 등 뒤에서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네 믿음이 너를 살리리라.
본능적으로 '할렐루야'하며 돌아서는데!!! 회심의 미소를 날리는 남자가 서있다 -
쯧쯧- ‘믿음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라고 내 누누이 일렀거늘!
니체였다 -
오, 지저스! 니체, 찌저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