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야북카페 Oct 14. 2024

#6. 하극상의 아이콘, 마/음

 판도라 상자 덕에 각성하고 나니 사고의 지평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잡념에 빠지다 보니 문득 내가 글만 쓰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생각보다 내가 ‘쓰는 게’ 많더라고.


 봐봐. 머리 쓰지, 힘쓰지, 물 쓰지, 물 쓰듯 쓰...진 못해도 어쨌든 돈도 쓰지, 돈보다 귀한 시간은 아주 공기 쓰듯 써버리지.


 이런 기타 등등 소비 리스트를 정리하다 보니 랭킹 1,2위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신경'과 '마음'이더란 말이지. 내 경우에는 1위가 마음, 그다음이 신경이더라. 그러니까 살면서 제일 많이 쓰는 게 마/음이란 말씀.


뭐야, 신경 쓰는 거나 마음 쓰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님?


-하시겠지만 훗, 그건 모르시는 말씀.


 신경 쓰는 건 일말의 책임감에서, 마음 쓰는 건 일종의 애정에서 비롯된다. 신경 쓰는 건 지극히 의식적이지만 마음을 쓴다는 건 무의식 영역에 근접하달까. 무의식이기에 통제가 어렵다.


 그 사람에게 마음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마음이 앞서는, 준엄한 뇌의 명령에 하극상 벌이는 존재가 바로 이 마음인 것이다.



 마음 가는 걸 마음대로 막지 못함은 어쩌면... 어쩌면 병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나의 선대 조상이신 이/조/년 선생께선 이런 시조를 남기셨을까.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다정함, 즉 마음이 넘쳐흘러 주체할 수 없음은 그 옛날 조선시대에도 매한가지였나 보다. 어디 조선뿐이랴. 원시부족 사회에서는 더 했을 테지. 본능에 충실한 시대였으니까.


 맞다. 마음이 가는 건 본능이다. 본능은 좀처럼 통제불능이다. 그래서 본능인 거다. 이유도 없다. 그 사람에게 왜 마음이 가는지, 가는 마음을 왜 멈출 수가 없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노빠꾸 직진 마음.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그 마음, 그 감정- 그걸 두고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 부른다.


 

 아, 드디어 시작된 건가. 인류 최대의 과제 사/랑.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인류 최대의 난제 사/랑/담/론. 죽을 것 같이 아프다면서도 끝내는 사랑에 이르고야 마는- 다정도 병인 듯한 나는, 곧 죽어도 로/맨/티/시/스/트.



----- 다음 편에 계속 -----

이전 05화 #5. 슈뢰딩거의 상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