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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Sep 13. 2024

동생 데리러 가는 중이야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9/13 업로드


나에겐 2살 차이 나는 오빠가 있다.

(빈아의 오빠.)


오빠를 보면 가끔씩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어린 시절/ 오빠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


때는 둘 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퇴근을 하던 엄마가 길을 걸어가는 오빠를 마주쳤다고 한다.

(엄마가 차를 타고 퇴근하다 오빠를 발견한다.)


'00아, 어디 가니?'

(엄마가 창문을 내려 오빠에게 물어본다.)


오빠는 엄마의 물음에 해맑은 미소를 띠며 아주 귀여운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오빠 정면.)


'빈아 데리러!'

(해맑은 미소를 짓는 오빠의 얼굴 클로즈업.)


본인도 어리면서 나름 오빠라고 동생을 챙겼을 그 모습이 그려져 그때의 오빠에겐 애틋한 마음이 든다.

(오빠 손을 잡고 집에 가는 빈아. 둘의 뒷모습.)


첫째로 태어나 나름 공부도 잘해서 기대라는 부담을 짊어지고 학창 시절을 보냈던 오빠였다.

(고등학생 때의 오빠.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 무게에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아주 여리고 착한 마음씨까지 짓눌러지진 않은 것 같아 천만다행이랄까.

(현재/ 나란히 걸어가는 빈아와 오빠의 뒷모습. 어린 시절 뒷모습과 같은 배치.)


 오빠와 나는 흔한 현실 남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가 더 좋아지는 중이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자주 다투곤 했었는데, 둘 다 고등학생이 되어 학업에 치이면서, 어떻게 보면 각자의 생의 무게를 견디기 시작할 때부터 우린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갑자기 다정히 대화를 나누거나 살뜰히 챙겨줬다기보다 서로가 지금 얼마나 힘들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이가 나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아주 어렸을 때터 내 삶은 내 것이라는 독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끊임없이 도전해 왔고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선택들의 책임 역시 오로지 내가 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사람들의 인생 역시 독립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의 것은 나의 것이고 너의 것은 너의 것'이라는 생각이 누군가는 정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각자를 각자로 볼 때 정이 더 많이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야 비로소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다. 특히 가족이라면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이토록 독립적이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오빠가 애틋해지기도 했다. 첫째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책임감, 그리고 공부를  했기에 당연히 정해진 길이 있고 그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그것들을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견뎌왔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엇나가지 않고 잘 커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 무게에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아주 여리고 착한 마음씨까지 짓눌러지진 않은 것 같아 천만다행이랄까.


 아무쪼록 오빠도 오빠의 인생을 잘 꾸려나갈 수 있길 바란다. 동생은 동생 나름대로 잘 꾸려나가고 있으니. 지금처럼 서로를 묵묵히 응원하며 지지하는 좋은 가족이 될 수 있도록. 갑자기 너무 다정해지면 어색하니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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