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려서부터 비교 속에서 자란다.
시험 성적은 늘 석차로 환산되고, 체육대회에서도 등수가 붙는다.
심지어 외모조차 순위로 매겨질 때가 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연봉, 집값, 아이의 성적까지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서열로 정리된다.
이쯤 되면 비교는 거의 본능처럼 굳어진다.
이러한 비교 본능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나는 그 중심에 대입제도과 고등학교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가운데 고교학점제가 화제다.
고교학점제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느냐 완전 절대평가로 가느냐하는 것이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한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한다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학생들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열어둔 선택지가
상대평가라는 장치 때문에 다시 닫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사고방식이 학교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전히 머릿속에 9등급제를 품은 채 살아간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능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더 높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 마주한 것은 달랐다.
학과 교수님들은 내가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삶에 대한 태도를 알려준 사람들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며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교단에 설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곳이 나에게 부족하다는 생각은
상대평가의 착각에 빠진 나의 오만함이 아니었을까?
그 후 글을 쓰면서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라이킷 수는 얼마나 될까’
‘댓글은 달릴까’ 하고 살피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곧 글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상대평가적 시선일 뿐이다.
글의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성실하게 풀어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알림으로 오는 반응을 확인하기보다
내 글을 스스로 읽어보고 평가해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서서히 글쓰기가 남의 평가에서 벗어나 내 안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비교와 행복은 철학자들 역시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자기 활동의 완성’이라 생각했다.
남보다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자기답게 발휘하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비교를 버리고
내 손에 달린 것만 붙잡으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학파가 던진 말은
결국 비교의 굴레를 벗어나 자기 안에서 기준을 세우라는 요청이었다.
오늘의 우리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인생을 절대평가한다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정리해본다.
첫째, 기준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세우는 것이다.
사회적 서열이나 타인의 시선은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이 글을 통해 내가 풀고 싶었던 생각을 제대로 담아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둘째, 그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 것이다.
완벽을 요구하는 순간 절대평가는 또 다른 상대평가로 변질된다. 원고를 다듬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 연습을 한다. 더 고치면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합격이다’라는 선을 정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시계가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면 충분한 것처럼 글도 제 기능을 하면 충분하다.
셋째, 시간 속에서 자기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제 쓴 글보다 오늘 쓴 글이 조금은 더 자연스러운지, 지난달보다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글쓰기가 있는지, 1년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는다. 그때는 미숙해 보이던 문장이 지금의 글쓰기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때 성장이란 비교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드러난다는 걸 실감한다.
절대평가적 삶은 곧 무게중심을 바깥에서 안으로 옮기는 일이다.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삶은 경쟁장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길을 걷는 여정이 된다.
절대평가적 시선은 ‘나는 누구보다 낫다’라는 허영심을 없애고
동시에 ‘나는 누구보다 못하다’라는 열등감을 무너뜨린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내가 세운 기준을 충족했는가라는 단순하면서도 냉정한 질문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 아닌 훈련의 문제다.
우리는 비교당하고, 비교해왔던 시간만큼 노력함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꾸준히 자기 안에서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점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생긴다.
글을 쓰는 일이 그러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절대평가의 태도는 결국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하는 방식이며, 삶을 한층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상대평가적 태도는 끝없는 불안과 열등감을 낳는다.
반대로 절대평가적 태도는 삶을 자기 자리에서 바라보게 한다.
물론 절대평가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 것은 끝없는 비교 속에서는
결코 행복이 머물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비교 #절대평가
#철학은일상으로부터두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