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홍대 수 노래방 옆 골목,
브랜드 전국 매출 탑 5안에 드는 24시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다.
없는 게 없는 곳이었고, 없는 척하는 사람들도 없는 곳이었다.
나는 늘 부끄러웠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말을 꺼내면, 상대방 얼굴에는 미묘한 표정이 스친다.
짧게는 '아, 알바 하시나 보구나'에서, 길게는 '제대로 된 직장은 못 들어간 거네'까지.
나는 그 표정을 읽는 데 귀신이었고, 그걸 피하는 데 더 귀신이 되어갔다.
삑ㅡ.
매일 9시 반 왕뚜껑과 삼각김밥을 사는 청년.
삑ㅡ.
액상카트리지 하나와 믹스 아이스더블을 사는 개그맨.
삑ㅡ.
술병을 팔러와 다시 술로 사가는 옆 가게 사장님.
삑ㅡ.
금요일마다 보드카 피치와 오렌지주스를 사가는 국제커플.
삑ㅡ.
매일 밤 단백질 음료 1+1을 사가는 클럽 알바생.
나는 그들에게 실패자 혹은 실업자로 보이진 않는다.
그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친절한 알바생일 뿐이다.
나는 루저의 심장을 가진 채, 계산대에 서 있었다.
삑ㅡ.
바코드 찍는 소리는 나의 심장 박동 같았다.
하루하루가 소모품처럼 팔려 나가고, 외로움이 원 플러스 원 행사로 묶여 나갔다.
편의점 조명은 싸구려 네온빛 같았고, 진열대는 위로의 전시장 같았다.
나의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세상의 진짜 얼굴이 숨어 있었다.
사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는 곳.
필요함을 눈치 보지 않고 언제나 살 수 있는 곳.
난 그저 바코드를 찍고, 계산해주면 되는 이 일이,
어쩌면...
다른 일보다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