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나조차도.

작가를 꿈꾸다

by 박나킨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모든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룬다."


박진영도 말했다.

"억지로 배웠던 피아노, 영어, 유학, 김형석... 그 모든 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물었다.


내가 지나쳐온 모든 일들도, 사실은 글을 쓰기 위해 준비된 점들이었을까?



초등학교 시절,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글도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글짓기 상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언니는 글짓기, '불조심'포스터, 수학경시대회까지 모든 상을 다 휩쓸었다.

나에게 하나의 재능쯤은 양보할 수 없었던 걸까?


나는 재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평균만 하자. 평균만.

노력도 재능이라는데, 그 재능도 없는 거 같다.

공부도, 그림도, 체육도, 음악도 딱 중간만.


그 대신 예쁜 펜과 노트, 스티커에 집착했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더 예쁘고 깔끔하게 노트를 정리할지가 더 궁리다."

바로 그게 나였다.


막연히 꿈꿔봤던, 글 쓰는 사람이란 존재를 묻힌 채 잊어 갔다.

캐나다 유학 상담사로 일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다 문득 생각났다.

정보를 알리려면 글이 필요했고, 사람들을 불러오려면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만 이야기가 아니구나...

마케팅, 보고서, 판매도, 설득도 모두 이야기였구나.'


나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했다.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이 뭐길래', '청춘의 덫'

탁구 하듯이 찰지게 핑퐁 하는 대사가 너무 좋았다.

말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작가는 무척 똑똑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고로, 평균의 나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활 속 모든 순간이 사실은 이야기다.

친구에게 푸념할 때도, 엄마에게 설명할 때도, 연인에게 설득할 때도.

우리 모두는 작가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쓰고 싶다.

아니, 쓰지 않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점들이 선이 되는 게 아니라,

실패들이 모여 나를 작가로 밀어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작가로 살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나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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