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크리스마스

4부. 쉬운 사람

by 박나킨

크리스마스가 별거겠어.

이젠 두근 대지도, 설레지도, 기다려지지도 않아.

연인이 있을 때나,

모임이 있을 때나,

가족과 함께 할 때나 그런 거지.


토스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추첨이라며,

편의점 과자와 비타민음료가 당첨됐어.

날짜는 오늘까지.

과연 내가 이걸 받기 위해 나갈까?

모르겠어, 이따 기분 봐서 실행하기로.


어쨌거나 나 홀로 크리스마스이브를 챙기고 싶었지.

냉장고 문을 열고 윗 칸부터 맨 마지막 칸까지 차례로 훑어보았어.

3분의 1쯤 남은 토마토소스가 눈에 띈 거야.

뚜껑을 아무리 열려고 해도 안 열려.

칼로 뚜껑에 구멍을 내, 공기를 통하게 했는데도 실패했어.


이런, 이런.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지.

구멍을 네다섯 개나 냈지만 안 열렸어.

가만 보니,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있었지.

이건 포기해야 되지.


결국 마늘을 넣고,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를 후다닥 했어.

나름 맛있었지.

왜? 내가 한 거니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설거지도 쌓아두지 않고 바로 한 거야.

왜?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따지 못한 토마토소스통이 눈에 자꾸 거슬려.

마침, 분리수거봉투도 꽉 찼으니

무조건 따야겠다, 씻어서 버려야겠다는 의지가 불끈했지.


칼로 뚜껑 옆을 공략했어.

결국 해냈지.

곰팡이냄새가 고약했어.

빨간 토마토소스를 버리고 물로 깨끗이 헹궜지.

빨개진 뚜껑도 손으로 헹구는 순간,

고무장갑도, 내 손가락도 같이 잘라버렸어.

토마토소스보다 빨간 피가 새어 나왔어.

제법 깊게 베인 거야.


크리스마스이브에 피라니...

하필이면 마지막 고무장갑이었지.

손까지 베였으니 맨 손으로 설거지를 할 수 없었어.


다이소까지 사러 나가야 했지.

그래, 쓰레기도 버려야 하니까.

그래, 토스에서 준 비타민 음료도 오늘까지니까.


하 하 하

쿠폰을 확인했어.

웬걸, 집 앞 편의점이 아니라

다이소 근처 편의점 브랜드 쿠폰인 거야.


오늘 내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스파게티를 굳이 해 먹겠다고,

꾸역꾸역 소스 병을 따고,

손에 베이고,

분리수거 봉투를 꽉 채우겠단 욕심을 부린 대신,

피가 베인 반창고와 비타민 음료가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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