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극장 좌석 12번

4부. 쉬운 사람들

by 박나킨


불 꺼진 극장 안,

그리 슬픈 장면도 웃긴 장면도 아닌데

몇 안 되는 관객들이 깔깔거린다.


뒤에선 훌쩍, 훌쩍

콧소리가 들린다.


감기일까, 비염일까.


조금 거슬리지만, 애써 외면해 본다.

크고 웅장한 스크린에 집중해 본다.


훌쩍, 훌쩍.


주인공의 대사 속 리듬을 얹듯 제법 리드미컬하다.

이미 머릿속은 눈앞 스토리 보단, 귀 뒤 스토리가 더 궁금해졌다.


뭐가 그리 슬픈 걸까. 화난 걸까. 억울한 걸까. 답답한 걸까.


휴지에 코를 풀 듯,

부디 마음도 풀렸길 바란다.


불 꺼진 극장 속에서

그는 이제야

자기 마음에 불을 켰을지도 모른다.


혼자 앉아 울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


장르가 잘 맞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상관없다.


불이 켜지고 나서야

그 소리는 멈추어졌고,

나는

바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영화가 끝났을 때,

어떤 장면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엔딩 크레딧만

오래오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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