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우리 가족은 서울 종로에 비교적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에 살고 있다. 도심이라 그런지 소형 아파트 단지가 두 개밖에 없고 대부분 단독주택 또는 빌라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많은 우리 부부가 단독주택에 2년간 살아보고 작성했던 [아이와 함께 단독주택에 살아보기 1] 이후에 추가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가 사는 동네는 도심이긴 하지만 마을의 느낌이 난다. 빌라나 단독주택의 높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아파트 단지들보다는 아주 낮을 수밖에 없어서 길거리나 차도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남녀노소가 아파트를 많이 선호하지만,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들은 젊은 부부들이 비교적 많고 이들의 소득수준이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 단독주택과 빌라가 즐비한 동네는 일반적으로 연령대 및 소득수준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다.
이러다 보니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의 경우,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같은 반 친구라도 소득수준의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더욱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 같다. 부모의 선호도에 따라 자녀의 교육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 부부는 균질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보다는 더욱더 다양성이 높은 동네에 사는 것이 아이의 인격 형성에 더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지역에 많은 부모가 고려하는 사립 초등학교에도 애초에 지원하지 않았다. 사립초 또한 나름의 균질성을 가지고 있고 아이의 시야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다양성을 배우기가 굉장히 어렵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다양성을 배우기가 굉장히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아파트가 가지는 획일성이 아주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학 등으로 외국에 갈 일이 생기면 어려 문화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는 군대를 아직 다녀오지 않는 남자나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많은 것이 (CCTV 등으로) 통제되고 안전한 환경의 지역에 있다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지역(유럽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가게 되면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인간의 적응력은 인격이 형성되는 유년기에 경험했던 환경에 아주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획일화되고 균질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경에서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에게 취약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제된 환경에 있던 동물은 거친 외부 환경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 지하에는 아주 큰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있다. 여기에는 벨루가(흰고래) 한 마리가 있는데, 2013년에 세 마리를 수입하여 사육하던 중 두 마리가 각각 2016년, 2019년에 사망하였다. 이후 남은 한 마리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자(방류)는 움직임이 일었고 2019년도에 롯데 아쿠아리움은 남은 벨루가 한 마리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벨루가의 야생 능력이 많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방류한다고 해도 야생에서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제된 환경에 있던 동물은 거친 외부 환경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물론 문명화된 사회에서 그 환경의 차이가 크지 않게 보일 수 있겠지만, 환경과 소득수준이 차이가 나는 국내 여러 지역과 외국에서 살아본 나로서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지역과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 의서의 그 차이가 상당히 크게 보인다. 국·영·수를 잘하는 것, 대학에 잘 가는 것, 소득수준이 높은 곳에 사는 것만이 아이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 시점에서 이를 견제 할 만한 의견을 용기 있게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