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에 살면 아이들 교육문제는 어떻게 해?
우리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가 사는 환경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단독주택에서 살게 되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가끔 나와 아내는 "단독주택에 살면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번 장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려고 한다.
우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가정의 편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회사원인 아빠, 가정주부이거나 맞벌이로 회사 일을 하는 엄마, 부모에 부재를 채워주는 친할머니 또는 외할머니, 그게 아니라면 요즘은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단독주택에 산다고 해서 뭐 이렇다 할 큰 차이는 없겠지만,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 부모와의 큰 차이점은 보여준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아파트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든가, 주변에서 쉽게 목격되는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초등학생부터 무한경쟁에 뛰어드는 아이들에게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끼는 것 말이다.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는 이런 경쟁 사회에서 다소 벗어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우선 인구수가 압도적으로 적고 -강남구, 노원구 등의 인구는 50만 명이 넘지만, 종로구는 약 16만 명이다- 건물도 낮아서 아파트촌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여유가 느껴진다. 낮은 건물들 너머 보이는 웅장한 북한산, 한산한 거리, 여기저기 들리는 새 울음소리. 아파트촌과 비교 시 큰 차이점이 있다. 이런 차이점 이면에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학원이 이에 해당한다.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는 이런 경쟁 사회에서 다소 벗어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단독주택 살기 전부터 이미 [아이가 원하지 않는 학원은 절대 보내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세웠다. 나와 아내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았을 때 재미없는 학원에서 큰 학습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을 적극 반영한 결과이다. 대신 부모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학문(예를 들면 영어, 수학 등)의 경우, 어느 정도 보조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꼭 한 달 만 다녀보기로 아이와 약속을 했다. 한 달을 다녀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지금 학원을 1주일에 1번가는 학원을 세 군데를 다니고 있고 이 중 1곳은 영어학원인데 우리 동네에는 너무 학습 위주의 학원들만 있어서 서울 도심에 있는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 만약 우리가 아파트에 살았다면 이런 원칙을 지속하기가 지금보다 어려웠을 것이다. 주변의 부추김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아파트에 살았다면 이런 원칙을 지속하기가 지금보다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동네 학부모들은 학원의 선택지가 너무 적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아이들의 경쟁을 부추기지 않고 그나마 몇 군데 있는 학원이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체험 실습에 만족하는 것 같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결국 가치관에 달린 것 같다. '학습 성취도 및 성적이 중요하다'라는 가치관을 가진 부모들이라면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가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아이들의 창의성, 여유가 있는 학교생활 등 감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부모라면 단독주택은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로 알려진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 항상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국가 중 핀란드는 사교육으로 비용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교육이 존중받고 있고 공교육만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부모라면 단독주택은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체계를 핀란드의 것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아이의 부모마다 각기 다를 것이라고 예상된다. 성격과 맞지 않는 경쟁을 하여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 아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