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의 가치평가
아내와 단독주택에 살기로 결정하고 나서 단독주택 매물을 여러 개 알아보면서 느낀 점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지지분이 훨씬 낮은 아파트와 비교 시 대지지분이 100%인 단독주택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게 보인다 것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35평의 대지가 있다면, 35평 전체가 주인의 땅인데 반해, 분양평수 35평 아파트의 경우 대지지분이 10~18평 수준이기 때문에 대지지분만 놓고 보면 아파트가 상당히 비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장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점은 ‘대단지 아파트는 입지가 좋다.’라는 것이다. 입지라는 단어 안에 학군, 상권, 접근성 등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녹아들어 있다. 이는 대단지 아파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정부정책이 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맞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형태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 정부는 도시로 몰려드는 이들의 주거를 해결하기 위해 좁은 땅에 높이 건물을 올리는 방법을 통해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주거난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건설업이 호황을 띄고, 시장규모가 상당히 커졌으며,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급화전략을 통해 래미안이나, 자이와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들이 만들어졌다. 내 기억으로는 2000대 초반 아파트 브랜드 광고는 황금 시간대에 TV광고나 지면광고에 반복적으로 소개되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일반적으로 오늘날에도 오래된 아파트들의 입지는 비교적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도시에 아파트가 생기면 그 아파트에 살게 될 다수의 혜택을 위해 지하철이나 도로, 학군 및 상권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장선점효과 처럼 아파트들의 입지는 크게 개선되었고 일반적으로 오늘날에도 오래된 아파트들의 입지는 비교적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학군과 상권이 자리를 잡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는 10만 명대 초반인데 반해 강남구의 인구는 약 53만 명이다.
하지만 도심의 단독주택촌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서울의 경우, 강남 이주 정책에 따라 단독주택이 즐비하던 강북, 특히 종로구와 중구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강남으로 이주하면서 급격한 인구유출이 발생하였다. 1970대부터 시작된 정부주도의 이주정책으로 인해 현재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는 10만 명대 초반인데 반해 강남구의 인구는 약 53만으로 3배 이상 많다. 이는 서울 도심의 단독주택촌 대지의 평당 가치는 강남구나 서초구의 아파트촌과 비교 시 낮게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단위당 살(live) 수 있는 사람 또는 끌어들일 수 있는 고객의 수가 훨씬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도시계획에 의해 단독주택촌으로 분류되는 1종 주거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분류되는 3종 주거지역에 비해 건축가능한 용적률이 절반 미만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촌의 단위당 단가가 비교적 낮은 특징을 보여준다.
규격화된 아파트는 가치평가가 굉장히 편하다.
규격화된 아파트는 가치평가가 굉장히 편하다. 예를 들면, A지하철역의 5분 거리에 있는 입주 10년 차 30평대 아파트는 그 근처에 있는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와 가격이 비슷할 수 있는데 반해, 단독주택은 가치평가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땅의 위치, 땅의 모양, 건축양식, 자동차의 진입이 가능여부, 재건축을 했을 때 용적률 제한, 그린벨트 포함여부 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단독주택의 시장가 보다 담보의 가치를 훨씬 낮게 책정한다. 따라서, 동일한 가격의 주택을 매입할 시,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시의 아파트 대 단독주택의 비율은 약 8:2로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다. 규격화된 아파트가 매물까지 많으니 거래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가격도 단독주택보다 더 많이 오를 수 있다. 이는 아파트의 가치가 올랐다기 보다는 가격이 오른 것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배경은 1978년 강남이다.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다. 강남은 1970년도에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가파른 성장을 겪었다. 그 이전까지는 서울도심, 즉 종로구와 중구, 지역의 확립된 복잡한 이권으로 인해 재개발이 어려웠고,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가 초 호황기를 누리면서 현재의 강남이 탄생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배경은 1978년 강남이다. 사방이 논밭이고 도시라고 하기엔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했다. 부족한 인프라 구축과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주거지역 건설이 경제의 부흥과 어우러져 강남은 계속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다른 유럽선진국과 비슷한 1% 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고 인구는 2020년을 기준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민 측면에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는 그렇게 매력적인 국가가 아니다. 강남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종국에 아파트의 대지지분이 이익실현 시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마지막으로, 대지지분율과 관련하여, 아파트를 포함하는 공동주택의 경우 독립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지지분은 아파트에 살아가는 동안에는 실질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다만 아파트를 매매할 때나, 살고 있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갈 때 가치평가 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및 인구구조상 아파트 재건축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가 줄고 있고 동시에 고령화가 급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국에 아파트의 대지지분이 이익실현 시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