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와 나

by 김선희

희붐한 새벽, 휴대폰 알람소리가 날카롭다. 졸음이 떨어지지 않은 눈으로 침대를 더듬는다. 베개 곁에 떨어진 고무줄을 찾아 머리를 쓸어 묶는다. 세수를 하려고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퉁퉁 부은 뺨이 양손에 한 움큼이다. 씻고 나니 혼미했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아들의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터덜터덜 주방으로 간다. 굽고, 썰고, 튀기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샌드위치, 감자튀김, 음료. 그것들을 가지런히 도시락통에 담는다.

씨근대는 아들을 흔들어 깨워서 단출하게 차린 아침을 먹인다. 계란프라이, 고구마 반쪽, 토마토주스.

학교에 바래다주고 들어오는 길, 흘낏 옆집을 본다.

"아치, 잘 잤어?"

옆집엔 스티브가 산다. 돌싱인지 비혼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신이다. 그에게는 반려견 아치가 있다. 스티브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반려견 홀로 집을 지킨다. 아치가 창가에 우두커니 처연하게 앉아있다.

"아치, 그만 기다리고 너도 네 할 일을 좀 해봐. 네가 그런다고 스티브가 빨리 오지 않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바라보는 아치의 눈빛이 깊어진다.

집에 들어온 나는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린다. 할 일을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던 뱃속에서 신호를 보낸다. 꼬르륵. 반공기 퍼담은 밥을 식탁 위에 놓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낸다. 볶음김치, 무말랭이, 연근조림.

혼자 먹는 밥은 무미하다. 붙지 않고 입속을 겉돈다. 해작거리다 도리 없이 밥에 물을 붓고 입안에 쓸어 넣는다. 뭘 먹었다고 든든하긴 하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음식물 쓰레기가 또 생겼다. 아까 모아둔 쓰레기와 함께 밖으로 들고나간다. 아치가 그 자리에 변함없이 앉아있다.

"밥은 먹었니? 거기 있지 말고 집안이라도 한 바퀴 돌다 와."

알아들었는지 숭굴숭굴한 눈을 깜빡인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정오가 넘었다. 책을 펼쳐 한 시간쯤 읽다가 기지개를 켠다. 뒷목이 뻣뻣하고 시큰해져 책 읽기를 잠시 쉬기로 한다. 넷플릭스를 켠다. '나의 해방일지'를 보다가 소파에 누운 채 까무룩 잠이 든다. 2시 50분, 알람소리가 요란하다. 아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아치는 종내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어휴, 낮잠이라도 좀 자던지, 아니면 좀 놀아."

아들었는지 작은 머리를 갸우뚱한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고, 한 시간쯤 지나서 스티브의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옆집에서 아치의 왈왈 대는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아들이 휴대폰에 얼굴을 묻는다. 정적이 흐르던 우리 집, 내 잔소리가 담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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