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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14. 2024

When I make a baby?

노노 야한 생각 금지

백인 부부가 한인 마트에서 오래오래 고민한다.


 It that right? [이즈 댓 롸잇?]

★ I'm not sure. [아임 낫 슈어]

 You should use a transrater.

[유 슈드 유즈 어 트랜슬레이터]


이거 맞아?

잘 모르겠어.

번역기 사용해 봐.



참기름을 아는 외국인 당신은 한국요리 고수


참기름병에 핸드폰을 열심히 비춰보는 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들었다가 놓았다가 뒤를 보았다가 다른 걸 들었다가. 일단 참기름을 쓰는, 아니 만지는 그들이 신기했다. 와, 참기름을 안다면 혹은 사용한다면 한식의 고급 버전 아닌가! 나의 눈길을 끌어버린 그들.


 


★ Um... I think this is right.

[엄 아이 띵크 디스 이즈 롸잇]

 Look, this is big, it's small.

[룩, 디스 이즈 빅 잇스 스몰]

★ Oh, I'll translate it again.

[오우 아윌 트랜슬레잇 잇 어게인]


음... 이거 맞는 것 같아.

봐봐, 이건 크고 저건 작아.

아, 다시 번역해 볼게.



큰 봉지 작은 봉지 산모용 등등 다양


미역 코너로 가니 그들도 미역을 보고 있다. 이 미역을 들었다가 저걸 들었다가 작은 봉지 큰 봉지 서로 넘겨가면서 고민 만 개인 표정. 심오하다.


세상에 미역까지 안다니. 혹시 참기름에 미역이면 미역국? 말을 걸까 말까, 혹여 둘의 쇼핑을 방해하려나 조심하다가 심오에서 심각으로 가고 있기에, 내 손에도 미역이 들려 있기에, 말을 걸어본다.



○ Excuse me. Do you need a help?

   [익스큐즈 미. 두유 니더 헬프?]

 Thank you. We're looking for seaweed from Korea. [땡큐, 위얼 루킹 포어 시위드 프럼 코리아]

Ah you want to find real south korea seaweed. [아 유원투 파인리얼 사우스코리아 시위드]

○ Let me see. It's from south korea sea. it also, and that also. [렛미시, 익스 프럼 사우스 코리아 시, 잇 올소우, 앤 댓 올소우]


실례합니다만, 도와 드릴까요?

감사해요. 우리 한국산 미역 찾고 있어요.

어디 보자, 이거 한국산이고, 이것도 한국산, 그것도 한국산이에요.



와, 한국산을 찾는단다. 꼭 한국산이어야 한단다. 믿을만해서 그렇단다. 난 어깨가 잠시 올라갔나 보다. 그들의 신뢰 가득한 눈에 나는 품질 뒷면의 깨알 같은 원산지 표시를 확. 실. 히. 확인했다. 마치 어느 판매대의 감정사처럼. 세상에, 내가 살 때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전라도 앞바다에 미역이 많구나. 문득 감사하다.



○ Don't worry about it.
    [돈 워리 어바웃잇]
○ It says it's from the southern sea of Korea..

   [잇 세즈 잇스 프럼 더 사우던 시 어브 코우리어]


걱정 마세요.

한국의 남쪽 바다에서 온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세상에, 여러분이 봤어야 한다 그들의 표정을. 정말 한국 거란 말이죠? ** 거 아니고요(타국 보호 차원의 **처리) 한국 것이 믿을만해요. 저는 한국 것만 사고 싶어요.


엄청 좋았다, 기분. 안 그래도 브리즈번에 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란 북쪽의 김*은님의 뉴스뿐이라 잘들 몰라서 좀 서운한 마음이었는데. 네네 좋아요. 미역하고 참기름을 사용하실 건가요? 국으로 끓일 거에요 물었다.



Yes, I know it's a healthy food.

[예스, 아이 노우 잇스 어 헬씨 푸드]
Aha, you know. I.... [아, 유 노우, 아이...]


네네, 건강에 좋은 음식인 걸 알아요.

아하, 아시는군요. 저는... 저는



자, 어디서 막혔을까. 아기를 낳다에서 나는 잠시 머뭇거린다. 이럴 땐 이렇게 하는 줄 안다.


You know [유 노우] 음, 그러니까-

I mean [아이 민] 내 말은 말이야-


뭔가 중간에 끊길 때 [유 노우]를 많이 쓴다는 걸 20년 전 호주에서 배웠다.


유노우-음, make a baby [메이크 어 베이비] 오 저런. 아이를 만들었을 때? 라니. 아기 만드는 과정 같은 건 떠올리지 않기로 하고. I was born [아이 워즈 본]은 내가 태어나는 거고. 아기를 낳다. 만만한 Take [테이크]?




when I have a baby, I ate the seaweed soup for 2 weeks.[웬 아이 헤브 어 베이비 아이 에잇 더 시위드 숩 폴 투 윅스]

Yes, it's really good for health expecially for blood.[예쓰 잇즈 리얼리 굿 폴 헬스익스페셜리 폴 블로드]


제가 아기 낳았을 때 미역국을 2주 동안 먹었어요.

네 이거 건강에 특히 피에 좋아요.


*아기를 낳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냥 저렇게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주는 사람들. giving birth to a baby [기빙 벌스 투 어 베이비] 또는 그냥 Have a baby [헤브 어 베이비]라는 예문도 보았다. 탄생을 준다니 무언가 특별함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I had this seaweed soup for two weeks when I gave birth.

It's good for my health because it makes blood.


건강에 좋고 피도 만들어주는 미역국을 한솥 끓였다. 피자 치킨 샌드위치에 지친 아이들이 한 그릇 뚝딱한다. 그래, 우리에겐 한 사발의 문화가 있지. 그렇게 아이를 낳고 빈혈인 나는 피가 부족해 잠시 기절했었다. 그때의 그 탄생을 주었던 아이가 지금 내 곁을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다.


미역국을 열심히 먹어서일까? 나도 글이 밤에 써지고 쟤도 밤에 어슬렁거린다. 음, 그래도 진짜 한국산을 찾는 그들 덕에 저녁의 한식이 조금 더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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