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한 공연장. 이반의 친구가 공연 주최자와 잘 아는 사이였던 덕에 표를 쉽게 얻어 입장할 수 있었다.오늘의 공연은 멕시코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그에 맞추어 다양한 테마의 춤을 보여준다. 모든 음악은 라이브로 연주되었다. 거창한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단 세 사람이 선보이는 현악기 연주와 노래였는데도 온 공연장이 꽉 차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무려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바이올린의 활을 켜고 기타의 줄을 튕기며 가성과 진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교로 노래까지 완벽히 소화해 냈다.
체력도 열정도 대단한 분들
공연이 끝날 때쯤엔 이분들의 손목이 걱정되었다.
얼마나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던지 지루할 틈이 조금도 없었다. 고대 원주민 의상으로 보이는 화려한 금속 장신구로 온몸을 치장하고 찰캉찰캉 소리를 내며 추는 춤. 말을 탄 여성들의 춤. 땀흘려 일하는 광부들의 춤. 결혼식 행사를 표현한 춤. 밧줄과 한몸이 되어 묘기를 부리는 투우사의 춤등. 전날 늦은 시간까지 놀아서 몸이 피곤했는데도 우리 둘 다 졸지 않고 긴 시간을 끝까지 집중해서 관람하였다.
투우라기엔 소가 너무 귀엽다
가장 큰 박수갈채를 받았던 무대
공연이 끝난 후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보냈고 이반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오늘 고마워 이반! 넌 최고의 카우치서핑 호스트야!"
공연 후에 그냥 헤어질 수는 없는 법. 집에 가기 전 이반의 친구들과 짧은 모임을 가졌다.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 음주를 하게 되었지만 멕시코의 술문화를 배우는 체험의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은 어제 마셨던 마르게리따(데킬라를 베이스로 각종 음료와 섞어 마시는 달콤한 술)에다가 멕시코의 맥주 중 하나인 코로나를 섞어 마시는 '마르가로나'를 주문해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맥주를 별로 즐기지 않아서 내 입맛엔 마르게리따만 따로 마시는 게 더 맛있었다.
마르가로나. 이렇게 잔에다가 코로나 병을 통째로 꽂아서 준다.
조금 독하더라도 다른 음료와 섞지 않고 데킬라만 마시는 것이 맛으로는 더 깔끔한 것 같다. 보통은 레몬 소다와 섞어서 마시는 데킬라이지만 이번엔 멕시코식으로 순수 데킬라만 마셔보기로 했다. 멕시코에서는 데킬라의 독한 알코올 향을 순화시키기 위해 라임과 소금을 이용한다. 왼손등의 검지와 엄지사이 공간에 라임즙을 두어 방울 짜서 떨어뜨린 다음 그 위에 소금을 톡톡 조금 친다. 그 다음 데킬라를 한모금 마시고 손등에 만들어 둔 새콤 짭짜름한 소금라임즙을 홀짝 빨아먹으면 독한 술맛이 덜 느껴지는 것이다.
라임 두어 방울
그 위에 소금 톡톡 뿌려서 데킬라와 함께 즐기기
안주로로 시킨 타코스인 '볼케이노'는 일반 타코스와 다르게 좀 특이했다. 빵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기름에 튀겨내서 타코스가 마치 화산처럼 부풀어 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볼케이노라고 부르는 것일까 짐작해보았다.
또 다른 음식으로 수프를 주문했는데 멕시코 음식답게 매콤 칼칼한 국물에 타코스가 잘게 잘려 들어가 있었다. 개운한 맛이 소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수프였다. 김치찌개에 따끈한 밥 한그릇이 그리웠던 참에 이 수프가 그리움을 조금은 달래 주었다.
본래 술을 잘 안 마시는 데다 여럿이 모인 술자리는 더더욱 피하는 성격인데, 오늘은 멋진 공연을 보아서 마음이 들뜨기도 했고 거기다 좋은 사람들까지 함께 하니 술맛이 유독 달다.
이반 덕분에 어제와 오늘 연속으로 새로운 경험을 두 가지나 할 수 있었다. 클럽에서의 카우치서핑 모임도, 오늘 본 공연도. 이반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을 것이다. 나중에 이반이 한국에 놀러오게 되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볼 수 있는 공연장에도 꼭 데려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