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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Sep 07. 2022

아주 특별한 추석연휴

2022년의 여름은 더위를 느낄 틈도 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일하고 집정리하고 살림살이 마련하고.. 그렇게 8월이 지났다. 눈 깜빡할 새에 모기 입이 비뚤어지고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달력에 하루하루 표시하면서 기다렸던 날이 내일 모레로 훌쩍 다가왔다.  


9월 9일 남편이 입국한다.


본래 더 서둘러서 들어오려 했지만 다니던 직장에서 인계를 마무리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 가족들과 작별인사(곧 다시 만날거지만!)를 하는 시간, 짐 옮기고 정리하는데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다보니 입국이 약간 늦어졌다. 남편은 내가 기다릴까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좋다.

나>> 잘됐어. 추석 연휴에 딱 맞춰서 들어오겠네! 그땐 나도 쭉 쉴 수 있으니까 서울에서 더 오래 놀 수 있어.

붑커>> 오 정말? 좋아!

어떻게 이렇게 청량한 계절로 시기도 잘 맞췄는지. 그 덕에 남편은 올해 모기와 마주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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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남편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모기가 앵앵거리길래 하얀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 쏙 들어간 적이 있다. 남편이 방금 그 하얀게 뭐냐고 물어봐서 모기 피하는 이라고 설명해주었더니 한국에는 모기가 있냐며 깜짝 놀랐다. 남편은 한국의 겨울만 겪어본 터라 잘 모른다.  

나>> 당연! 모로코에는 없어?

붑커>> 거의 없고, 있어도 집 안에서는 본 적이 없어.  

음 한국에 오면 여름에 고생좀 하겠는걸.

라고 생각했만 다행히도 올해는 모기 걱정 없이 예쁜 단풍을 보러가면 되겠다. 내년 여름은.. 모기장을 큰걸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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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장만하면서 남편을 위한 선물을 두 가지 샀다.

하나는 커피머신, 하나는 모로코 러그.

남편은 매일 커피를 마시니까 나중에 집에 커피머신을 사두고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초보자가 쓸 수 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커피맛도 나름 낼 수 있는(어렵다..) 머신을 고르기 위해 유튜브에서 머신 추천영상도 여럿 찾아보았다. 직장동기는 나중가면 귀찮아서 결국 캡슐로 바꾸게 될거라며 캡슐머신으로 사라고 했지만 이미 겉멋이 잔뜩 들어버린 나는 나중에 당근에 팔더라도 반자동머신에 도전해본다..!

그리고 모로코 러그는 어떻게 사게 되었는가 하면,

붑커>> 우리 집에다가 카펫도 깔아두는 거야? 

나>> 응? 아니?! 한국은 온돌식이라서 카펫 굳이 필요 없어.

붑커>> 아하. 맞아 나 예전에 한국갔을 때 뜨끈한 바닥이 아주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나.

...라고 했지만 남편이 은근 카펫을 원하고 있다는 촉이 왔다. 그렇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최대한 모로코의 정서를 집에 담아주고 싶은 마음에 몰래 하나 장만했다.

하지만 가장 큰 선물은 다름아닌 '서울여행'이다.

3 겨울 붑커가 한국에 왔을 때 함께 서울을 여행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요번에는 야심차게 스케줄을 짜두었다. 함께하는 첫 서울여행, 첫 추석이다.    




붑커>> 너 서울여행간다고 체크리스트 만들었지?

나>> 헐 어떻게 알았어?

붑커>> 다 알지. 넌 항상 계획 짜는 거 좋아하잖아.  

아냐.. 넌 아직 나를 다 몰라. 여행갈 때만 계획적이라구.

나는 학교에서든 사회에 나와서든 계획적이지 못한 내 모습이 항상 신경쓰였다. 지금은 노력해서 조금 고쳐지긴 했지만. 그런데 이런 나도 여행스케줄은 시간별로 알차게 짜야 성에 찬다. 이래야 뭔가 놀러가는 기분이 난달까.

3박 4일의 빽빽한 시간표를 완성하고 나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또 심박수가 빨라진다.

원래 심장이 좀 느리게 뛰는 편인데 요즘은 자주 항진되고 아무일도 없는데 혼자 신날 때도 있다.

아마도 곧 특별한 연휴가 다가오기 때문인가보다.  

이틀 뒤 공항으로 마중 나갈 걸 생각하면서 오늘도 나는 한참을 뒤척이다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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