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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Oct 15. 2022

남편이 한복을 이렇게나 좋아할 줄이야

2022.09.10. 추석.


붑커>> 와-우.. 뷰리풜! 쏘오오오오 뷰리풜!

상자에 고이 담긴 한복을 보고 남편이 연신 감탄한다. 연분홍 저고리와 바지, 짙은 남빛의 조끼와 마고자에는 정교하면서도 단아한 자수가 아름답게 놓여있다. 한국생활의 첫시작이기도 하고 마침 추석이기도  고궁을 비롯해 서울의 곳곳을 한복과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아 준비해보았다.  

 


창덕궁은 10살 무렵 가본 뒤로 오늘이 처음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주변의 지형을 치지 않고 부드럽게 선을 그리며 지어진 궁궐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가을의 화창한 하늘 아래에 시원하게 솟아오른 궁궐의 처마가 손짓하며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붑커는 한복이 예쁘기도 하고 활동하기에 편하기도 하다며 아주 사랑에 빠졌다. 내 남편이라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젤라바만큼이나 한복도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창덕궁의 운치있는 회랑과 아름답기로 유명한 후원
이번여행 붑커의 favorite picture. 정말 맘에 들었는지 폰배경으로 해놓았다..

초가을이라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데다 한복을 겹겹이 껴입었더니 땀이 흐르고 목이 탔다.

나>> 너무 더우면 겉옷 벗지그래?

붑커>> 노노. 이 겉옷이 가장 예쁜걸.

참고로 붑커는 더운걸 엄청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미(美)를 위해 마고자를 끝끝내 벗지 않는 붑커..이젠 나보다 한복이 더 좋고 할 기세다.


후원 관람이 끝나고 을 축이러 창덕궁 바로 맞은편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붑커는 언제나처럼 에스프레소, 나는 시원한 유자차. 

붑커>> 으음? 커피 맛있다.

나>> 그래?(커피가 맛있다니..이해 못함.)

붑커>> 응! 향이 좋아. 나 한국간다고 할때 친구들이 한국카페에도 딸리안(에스프레소를 모로코에서 부르는 말) 있냐면서 걱정했는데 여기 딸리안도 진하고 향긋하다.

아마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에스프레소도 파는 줄은 잘 몰랐나보다.


붑커는 오늘도 귀엽곰

붑커>> 한국 이런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참 아름다워.

나>> 어떤거?

붑커>> 이런거!

붑커가 컵홀더를 가리킨다. 곰돌이가 손을 흔드는 그림과 함께 '난 오늘도 귀엽곰'이라고 써있다.

나>> 이 문장의 뜻을 알면 네가 더 좋아할텐데.

붑커>> 무슨 뜻인데?

나>> 한국어로 '곰'이 bear야. 여기 bear가 손 흔들고 있지? 이 문장은 '나는 오늘도 귀엽다'는 뜻인데 마지막 글자를 bear로 바꿔서 재미있게 만든거야.

붑커>> 아~

우리 사이엔 조그만 언어유희 하나도 설명이 필요하다. 가끔은 짧은 영어로 설명하려니 말문이 막혀 힘들때도 았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새롭고 재미있기도 하다. 앞으로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다 보면 머지않아 한국말, 모로코말로 농담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지?



저녁이 되고 거리에 하나둘씩 로등이 켜진다. 

청계천도 조명아래 화려하게 물들었다.

찰랑이며 쏟아지는 작은 인공폭포 앞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곳이 포토존이군.

우리는 곁에 계시는 아주머니께 사진을 부탁드렸다.

"어머 예쁘다~ 둘이 포옹 한번 해보세요~"

"좀더 가까이~ 이번에는 마주보고~ 그렇지! 자 이번에는 뽀뽀~"

아주머니께서 우리보다 더 즐거우신 것 같다. 정적으로 찍어주신 덕에 사진 속 우리는 원래보다도 더더욱 사이가 좋아보다.

쑥스러워하는 순간 찰칵

아직 시차적응으로 피곤할까봐 약간 걱정했는데 남편이 즐거워 보여 다행이다. 삼 여기까지 날아와 준 남편에게 다시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모로코 가족들에게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며 안부를 전해야겠다.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감상하면서 편과 손을 잡고 한참을 더 걸었다. 리의 첫 서울여행 한가위 달빛 아래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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