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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3. 2023

나에겐 일상이 남편에겐 여행

신혼여행 후에 우리나라에 와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지루함이 확 밀려왔. 근데 와 달리 남편은 설레어 했다. 생각해보니 남편에게는 우리나라가 또 하나의 타국이었던 것이다. 남편은 그럼 지금도 여행의 연장선에 있는 기분일까? 그 덕인지 나도 금세 지루함을 떨치고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

 

신혼여행 전 가을의 꽃밭에서.

우리나라의 풀 한포기 꽃 한송이도 남편에게는 새로워 보인다고 한다. 집 근처 작은 공원만 산책해도 '이런 건 처음봐.'하면서 나무나 꽃, 조형물이나 편의시설 등등을 가리키며 신기해 거나 동영상을 찍는다. 남편과 함께 다니다 보면 맨날 보던 도로변의 가로수도 '저게 저렇게 예뻤던가' 싶. 자세히 볼수록 사랑스럽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남편 덕분에 천천히 오래도록 어보게 되면서, 내가 사는 이곳을 좀더 사랑하게 되었.

밤바람에 살랑이는 나뭇가지들 틈에서 봄냄새가 풍겨온다.
자연 속 카페에 앉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의 카페에서. 뜨끈한 온돌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 우리나라의 온돌 문화를 좋아하는 남편도 마음에 들어했다.

카페에 앉아 조용히 커피 마시기를 즐기는 남편에게 모로코의 카페는 조금 소란스럽다고 한다. 모로코의 카페 문화는 우리나라와 달라서 카페마다 TV가 있어 축구경기를 보기도 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진 곳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카페들은 조용하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좋단다.

특히 남편은 자연속에 자리한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한다. 지난 연휴에는 산 밑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맑은 공기도 함께 마셨.

지리산 가는 길에 들른 카페. 비가 와서 산은 못 올랐지만 비 내린 후 더욱 짙어진 산내음을 맘껏 들이켰다.

비가 오는 날에는 괜히 발바닥 질척이게 밖에 나갈게 아니라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자는 주의였던 인데, 이것도 남편이 바꿔 놓았. 언제부터인가 비 맞는게 싫지 않게 되었는데, 비 오는 날 산책 하면 기분이 상쾌하다며 편이 를 끌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부터였 것 같.

빗속에 걷는 한옥마을. 고요한 가운데 토독토독 들리는 빗소리가 마음을 다독여준다.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는 겨울이었. 눈 내린 설악산은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 중 하나라 함께 강원도에 갔었. 눈이 많아 정상까지는 못 가서 아쉬웠지만 그 섭섭함을 충분히 달래줄 만큼 설경은 멋있었.

눈 내린 설악.
역시 명불허전 강원도. 야외 테이블에 눈이 식빵처럼 폭신하게 쌓여있다.
한번쯤 누워보고 싶게 생긴 매트리스처럼 쌓인 눈.


산꼭대기를 감싼 구름자락을 보며 감탄하고 하루종일 비가 그치지 않는 날씨에 신기해하는 남편을 보며, '모로코에서 가는 곳마다 흥미로워 했던 나의 모습이 이랬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남편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도 덩달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나에겐 너무 익숙하다 보니 대단치 않게 보였던 일들이 실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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