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수영까지 마치고 나면 저녁을 차려먹을 시간이 없어 집 근처를 서성이다 문 연 음식점으로 들어가곤 한다. 저녁 9시 즈음이라 대부분 문을 닫아서 맥도날드나 김밥집에 자주 갔는데. 햄버거와 김밥이 살짝 질릴 때 쯤, 때 맞추어 집 앞에 닭갈비 집이 오픈한 것이다. 심지어 맛도 좋고 깔끔한! 게다가 거기엔 우리를 귀여워해주는 분이 일하고 계시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이 퍽 맘에 들어서 이틀 전에도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날은 반반닭갈비라는 걸 시켜봤는데 가운데 뿌려진 콘치즈를 기준으로 한쪽엔 매운 고추장 닭갈비가 한쪽엔 달콤한 간장 닭갈비가 있어 두가지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였다. 기대했던 대로 아주 맛있었다.먹다보니 콘치즈가 조금 굳어 가스불을 켜서 팬을 다시 달구려고 했다. 근데 요령이 없어서인지 가스불이 잘 켜지지 않았다. 할수없이 직원분께 부탁드렸더니 금방 켜주셨다.
나>> 아 이걸 누르고 돌려야 하는구나.
붑커>> 아 그렇구나.
다시 먹기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신 직원분이 옆에 잠시 서 있다가 우리에게 말을 거시는 거였다..!
"두 분 커플이세요?"
"네!"
"아유 너무 귀여워요. 아까부터 귀여워서 자꾸 쳐다봤는데.. 아유 정말 귀여워 죽겠어요~!"
헉. 그 말을 들은 우리는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왜냐면 사실 그 분이 우리보다 훨씬 어렸기 때문이다.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고 먹다가 우연히 직원분들 대화소리가 귀에 들려와서 그 분이 스물셋의 대학생이라는 걸 이미 알게 된 참이었다. 우리에겐 오히려 이 학생이 더 귀여워 보이는데 반대로 귀여워 죽겠다는 말을 들으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다 먹고나서 계산할 때도 이 학생은 우리보고 연신 귀엽다며 흡사 손자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흐뭇한 눈길로 우릴 바라보는 거 아닌가?
나>> 아 저분 너무 귀엽다. 우리보고 귀엽대 하하하.
붑커>> 하하 그러게 우리가 그렇게 어려보이나?
사실 우리 둘 다 얼굴이 좀 동글동글한 편에 키도 별로 안 크고 고만고만해서 둘이 붙어있으면 귀여움의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우리보다 한참 동생인 분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도 희한하게 기분이 좋더라.
그래서 이번 주말에도 닭갈비 먹으러 한 번 더 가려고 한다. 음식이 맛있기도 하지만 귀엽다는 말도 또 한번 들을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