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남편은 한국어 공부를 위해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과정을 신청해서 다녔다. 지금은 일한다고 바빠서 잠깐 쉬는 중이지만, 직장에서도 생활 한국어를 배워오곤 한다.
하루는 수영장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붑커>> 힘둬러.
나>> What?
붑커>> 힘~둬러.
나>> 아?! 힘들다고? 우와 어디서 배운거야?
회사에서 동료가 '힘들어 힘들어~~' 하는 걸 듣고 배웠다고 한다.
또 한번은 저녁을 먹는데, 다 먹고 숟가락을 놓으면서 하는 말이,
붑커>> 다해써여~
나>> 응?
붑커>> 다해쓰여~
아, 알았다. 다 먹었다고 하는거구나.
회사에서 일을 끝내면 다했어요~라고 한다는 걸 배운 것이다. 밥을 다 먹고는 '다했어요' 하니까 마치 음식을 다 해치웠다고 하는 것처럼 들려 너무 웃기다. '다 먹었어요' 라고 하는 게 맞지만 응용하려는 시도가 좋았기에 따봉을 날리며 You are very smart라고 칭찬해줬다.
한국어를 할 때의 오류는 남편을 좀더 귀엽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남편이 한국말 중에 처음으로 배운 말은 '안녕하세요'나 '감사합니다'가 아닌 '화장실 가고 싶어요'였다.
어느 날은 남편이 갑자기
붑커>> 화장쉴 주쎄여.
나>> 네..?
붑커>> 화장쉴~ 줏쎄여~!
며칠 전 '이거 주세요', '이거 하고 싶어요'를 연습했는데 그 두가지가 머릿속에서 섞인 것이다. 나는 낄낄 웃으며 다시 설명해준다. 남편은 내 웃음 보따리다.
남편 말로 한국어는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라고 한다. 초반에 아야어여를 가르쳐 줄 때였다.
나>> 한국어는 이것만 알면 쉬워져.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해봐.
붑커>> 아야오요오요오요오이?
그렇다. 한국인인 나에게 오우어, 어오우, 어우오는 모두 다르게 들리지만, 남편에게 '오'와 '우'와 '어'를 구별하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아니, '오'랑 '우'랑 '어'가 왜 똑같이 들려?
붑커>> 똑같이 들리니까!
오 마이 갓..
아랍어에는 '디귿'과 비슷한 발음을 내는 여러 글자가 있는데 제각기 소리가 다르다. '더' '떠' '둬' '드-어' 'thㅓ'... 나는 아직도 이 미묘한 소리의 다름을 알아채기 어렵다.
나>> 더! 떠! 드어-! 이걸 다 어떻게 구분해..? 아랍어에 비하면 한국어는 얼마나 쉬워. 그치? 아야어여오요우유!
붑커>> 아야오요오요오요.
나>>....
어려움은 상대적이다. 남편에게 아야어여를 구분하는 게 나에게 있어 더떠둬thㅓ를 발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조금 이해가 간다.
어제 남편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 이제 '오'와 '우'의 차이를 알 것 같아."
오~대단한데!
나는 자랑스러우면서도 내심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남편의 한국어가 너무 유창해지면 내 웃음 보따리 하나가 사라지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