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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l 01. 2022

남편이 머리를 기르라고 했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에만 해도 겨드랑이를 넘 긴머리를 선호했던 내가, 10살 무렵 일명 '초코송이 머리' 처음으로 하게 된 적이 있다. 단발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은 그 뒤로 난치 혹은 불치의 '단발병'에 걸리게 되는 법. 등학교 때는 어깨에 닿을락 말락하는 중단발에 파란 뿔테안경, 중고등학교 때는 귀밑 3cm나 될까 말까한 칼단발에 엉성한 교복과 무테안경이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학생이 되어서도 나의 단발사랑은 계속되었는데, 한번씩 머리를 길렀다가도 1년이 채 못 단발, 아니 이번에는 귀 뒤로 꽂아 넘기기도 어려울 만큼 짧은 숏컷을 하고 다녔다.  사회초년생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단발을 잘 하지않게 되었고 그 이유는 '머리라도 길러야 그나마 어른같아 보여서'였다. 하지만 머리카락에 있어서는 유독 인내심이 없는 나에게, 찰랑이는 긴머리를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용실에서든 혼자서든 주기적으로 머리카락을 잘라주어야 마음이 편했다.

이런 내가 남편의 말 한마디에 요즘 맘먹고 머리를 기르는 중이다.

붑커>> 나 부탁 하나 해도 돼?

나>> 응 아무거나.

붑커>> 머리 르면 안돼?

나>> 아..(방금 아무거나라고 대답한 사람 누구야!)

붑커>> 응? 안돼?(강아지 같은 표정)

나>> 나 단발 좋아하는데.. 곧 자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붑커>> 그럼 딱 1~2년만 기르고 그땐 원하는 만큼 짧게 잘라. 응? 플리즈~~~

나>> 그, 그래..

붑커>> 때애애앵큐우우우!

남자들은 왜 여자들의 긴머리를 선호하는가. 참말로 의문이다. 아 물론 취향이 다른 분들도 있다는 거 안다.

 



2022년 4월의 모로코 여행중에 남편은 내 머리를 땋기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길고 예쁘게 땋기에는 내 머리가 충분히 길지 않았고 남편 왈 "너의 머리카락은 너무 부드러워가지고 고정이 어려워." 실패했다.

나>> 뭐야 너 누나들 머리 많이 땋아봐서 잘한다며?

붑커>> 아니 진짜 네 머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그렇다니깐?

지금까지 살면서 한국에서 주로 들은 말은 '머리카락이 튼튼하네요.' 혹은 '네 머리카락은 철사야?' 같은 말들이었는데 부드럽다니. 나중에 내 친구들 머리카락을 보면 비단이냐면서 깜짝 놀랄 기세다.


남편은 이 다음에 내가 머리를 더 기르면 매일같이 머리를 땋아보고 싶다고 했다. 나보고 긴 머리를 해달라고 부탁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뭐, 어려운 요청도 아니니 내 한 번 길러주지.

사실 나도 누가 머리 만져주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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