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동남아시아 각지로 비행기들이 오가는 곳이면서 항공권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몰디브를 갈 때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갔기에 이삼일 머물게 되었다. 잠깐 경유했던 곳임에도 말레이시아는 잘 정돈된 시가지와 마음씨 좋은 사람들 덕에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입국 절차를 밟을 때도 유독 친절하여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다.
만지면 폭신할 것만 같은 뭉게구름. 오늘따라 날씨가 더 예쁘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도착. 새로운 공항에 도착하면 언제나 설렌다.
공항의 화장실 세면대 디자인. 거울을 비행기 창문처럼 꾸며놓은 발상이 기발하다.
도심으로 이동하여 숙소에 짐을 풀자 배고픔이 몰려온다. 붑커가 예전에 이곳에 왔을때 배터지게 먹은 곳이 있다며 앞장선다. 근데 막상 길을 찾으려니 헷갈리나보다. 식당 이름이 기억나면 지도에서 찾아볼텐데 이름모를 그 식당은 어디있을까. 붑커의 감을 따라 이리저리 걷고 있는데 눈 앞에 유명한 고층빌딩이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하면 떠오르는 건축물,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 높기도 높지만 매우 견고해보인다.
타워 앞의 광장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도 배는 고프지만 사진부터!
그리고 얼마 안가 근처에서 그 식당을 발견했다. 4년 전에 와본 곳을 지도 없이 찾다니, 가끔 보면 붑커 몸에는 내비게이션이 내장됐나 싶을 때가 있다. 여기서 배터지게 먹었다는 붑커의 말은 사실이었다. 여러 종류의 음식이 차려져 있고 그 중에 먹고 싶은 걸 고르면 접시에 담아주는데 둘이서 양껏 먹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게다가 동네 주민들도 많이들 찾아와 북적북적한 걸로 보아 분명한 로컬 맛집이었다.
번화가의 버스커.
페트로나스 타워는 밤이 되면 눈부시게 빛난다.
다음날엔 붑커가 서프라이즈로 데려갈 곳이 있다고 했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비밀이라기에 무얼까 궁금해서 근질거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짜잔. 이곳은 바로 모로코 음식점.
마침 모로코 음식이 그립던 참에 내 맘에 쏙 드는 서프라이즈였다. 오랜만에 타진과 모로코 허브티를 맛보니 갑자기 엘 자디다의 식구들이 그리워진다. 음식은 집에서 먹던 그 맛은 아니어도 모로코의 향을 음미하기에충분했다.
정확하진 않은데 '마라케시 레인보우 스무디'..? 비슷한 이름이었다. 여러 과일이 층층이 쌓인 달콤새콤한 음료다. 마라케시에 가면 진짜로 있다고 하니 나중에 거기서도 먹어봐야지.
허브티에 설탕을 몇봉지를 넣은거야.. 그래도 역시 허브티는 달달해야 맛있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 우리는 기차를 타러 간다. 오늘 갈 곳은 쿠알라룸푸르 근교의 바투 동굴이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 여러 민족이 살고 종교 또한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그리스도교 등으로 다양하다. 때문에 한 나라 안에서 가지각색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바투 동굴은 힌두교의 이름난 성지 중 하나라는데, 힌두교가 생소했던 나는 과연 그 성지가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가 되었다. 30여 분을 달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역 밖으로 나가면 바로 사원의 입구이다.
바투 동굴로 가는 길.
사원에서 만난 원숭이. 바닥에 맛있는게 떨어져 있나 보다. 바투 동굴에는 원숭이가 많아 소지품을 조심하라고 하는데 나는 가진게 없어서인지 원숭이가 관심도 주지 않는다. 쩝.
불교 사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힌두교 사원.
자, 이곳이 바로 바투 동굴의 시작이다. 사진 속 황금상은 힌두교의 신 중 하나인 무르간이라고 한다.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저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가파른 색색의 계단과 그 옆의 거대한 무르간상에 압도되어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계단 올라가는 길. 발 밑이 아찔하다.
그렇게 도착한 동굴은 어마어마했다. 사원에서 퍼져나오는 종소리가 주변의 바위에 부딪혀 웅장하게 공명되며 방문객들을 어서오라고 불러모으는 듯하다.
힌두교의 의식을 준비하는 모습
인간의 손으로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광경을 마주하고 나니, 어째서 이곳이 해마다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성지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힌두교 신자는 아니지만 공간이 주는 성스러움에 감도되어 나도 맘속으로 짧은 기도를 드렸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이 여행에 감사하고 또 앞으로의 순탄한 여정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