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고 싶은 도시, 말라카

신혼여행기 #10

by 소울메이트

처음 떠나올 때에는 길게 느껴졌던 두 달의 여행이 벌써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라 놀 땐 이리도 쏜살같다. 나온 기억을 되새겨 보 이렇게 빈틈없이 행복했던 한 달은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아 다시 두 달의 시간이 뚝딱 생겨나면 좋을텐데'하는 터무니 없는 상상도 해본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아쉬운만큼 남은 절반을 더 알차게 보내는 수밖에.


말라카는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로 넘어가기 전 여행자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도시 알라룸푸르와는 사뭇 다른 아기자기한 풍경의 말라카. 길을 걸으며 다채로운 색으로 꾸며진 벽화와 예스러운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말라카 강변을 천천히 걸어본다.
강변의 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맞은편의 멋진 벽화는 덤이다.
무지개가 쏟아져내리는 듯한 말라카 강의 야경.


말레이시아 인구 중 말레이인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이곳 말라카에는 중국인이 더 많이 다. 거리에는 붉은색 장식이 주를 이루고 한자가 가득하며 건물, 그림, 음식 등에서 중국풍이 느껴진다.


중심가인 존커 스트리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이라고 하던데 오늘은 왜인지 한산하다.


어느 오래된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 기와라니, 낯설지만 은근히 잘 어울린다.


우리는 여행하면서 맛집을 잘 검색하지 않는데 오늘은 존커 스트리트에서 뭐가 맛있는지 한번 찾아보았다. 보니까 '첸돌'이라는 디저트가 유명한 듯 하다. 첸돌 맛집이라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는데 역시 사람이 바글바글하구만. 식사로 국수 두그릇과 후식으로 첸돌 두개를 시켰다. 국수의 국물이 진하고 얼큰하면서 멸치인지 참치인지 생선맛도 구수하게 나는게 꽤 맛있었다. 첸돌은 빙수인데 특이한 맛의 달콤한 소스가 위에 올라간다. 흑당 비슷한 맛이랄까. 여기에 쫀득한 젤리와 팥이 섞여 달콤함을 더해준다. 망고가 올라간 첸돌도 있다. 신기하게도 굉장히 단데 쉽게 질리지는 않는 맛이었다.

https://maps.app.goo.gl/PfDD64SSXsnzoM7F8

말레이시아에서 자주 먹는다는 국수 '락사'(좌)와 간식의 일종인 '첸돌'(우).

말라카에 오면 꼭 가봐야하는 곳 중 하나는 바로 이 해상 모스크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지어진 은 모스크는 화려하지도 돋보이지도 않는 소박한 모습으로 바다 위에 떠 있다. 박에 보석에 치렁치렁한 장식을 잔뜩 달고서는 저렇게 떠 있기 버거워보였을 것이다. 때론 이처럼 비워냄으로써 고귀해지기도 한다. 세상을 살면서 옷깃에 묻은 욕심은 훌훌 털고 이곳에 들어가 기도를 드리면 금방이라도 다 너머 저 하늘까지 내 염원이 닿을 것 같다.

말라카 해상 모스크.
과하지 않고 검소한 천장의 무늬가 오히려 잔잔하게 아름답다.
이맘(이슬람 종교의식을 이끄는 사람)의 기도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모스크에서 나와 말라카 시내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떨어진다. 우산이 없어 얼른 택시를 잡았다. 가는 길에 비가 멈췄으면 했는데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기만 한다. 맘씨 좋은 기사님은 우리가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교회 문앞에 내려주셨다. 우다다다 달려서 교회로 들어갔더니 직원분이 너그럽게 들어와서 쉬다가라고 하신다. 예배시간이 아니라 교회는 비어 있었다. 젤라바를 입고 교회에 앉아있는 우리 모습이 예사롭진 않았기에 우린 서로를 쳐다보며 쿡쿡 웃었다.

우리가 잠시 쉬어간 교회는 역사 깊은 말라카 그리스도 교회였다. 붉은 벽돌의 교회와 그 앞의 정원에 핀 꽃과 분수대가 조화롭다.


내일이면 싱가폴로 떠난다. 싱가폴에서 결혼하여 살고 있는 붑커의 모로코인 친구 '아드난'을 만나러, 아니 정확히는 그의 귀여운 딸을 만나러 간다. 아드난은 4년 전 붑커가 아시아를 여행할 때 싱가폴에서 호스트를 해주었던 고마운 친구이다. 그 때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기였던 아드난의 딸 '자이나'를 붑커가 너무 보고싶어해서 이번에 다시 만나러 갈 생각이다. 아드난은 아내가 '도돌'을 먹고 싶어 한다며 오는 길에 사다 줄 수 있냐고 우리에게 부탁했다. 대체 도돌이 뭐지? 주변에 물어보니 큰 쇼핑몰에 가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쇼핑몰에는 당시 한창이었던 월드컵 대진표가 붙어있다. 강팀인 벨기에를 꺾고 사기가 가득해진 모로코. 여행중 모로코의 월드컵 행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이것이 바로 말레이시아의 디저트인 '도돌'이다. 찹쌀가루에 코코넛, 두리안 등을 섞어 만든다. 난 근데 아직도 두리안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다..

아드난에게 줄 도돌을 사면서 우리가 맛 볼 것도 하나 샀다. 쫀득쫀득하고 떡처럼 쭉쭉 늘어나는 식감에 달달한 코코넛 향이 솔솔 나면서 원래도 떡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야금야금 먹다보니 벌써 한팩을 다 먹어간다. 이러다 아드난네 가족 것까지 다 먹어버리게 생겨서 남아 있는 도돌을 가방 깊숙이 꽁꽁 숨겼다. 싱가폴까지 잘 숨어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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