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빌딩숲의 야경 속으로

신혼여행기 #11

by 소울메이트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뿅 넘어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는 기차를 타기 위해 조호르바루 기차역에 왔다. 여권을 들고 비행기만 기다려 봤지 기차를 기다려 본 건 또 처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싱가폴행 기차를 기다린다. 이중에는 싱가폴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도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 다른 나라로 출근이라니 너무 신기해! 라고 생각했는데.

JB센트럴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 그런데 출발하면서부터 건너편이 보인다..?
엥?

5분도 안된 것 같은데 기차가 벌써 싱가폴 땅을 밟았다. 이 정도면 내 출근길보다 겠는걸.



싱가폴은 규제가 많은 편이다. 길에 껌을 뱉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던데 듣던 대로 거리가 아주 깨끗했다. 실은 뱉는 것 뿐 아니라 껌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니 입국 전에 주머니 속 껌과는 작별을 해야 한다. 밖에도 다양한 벌금이 있는데, 중교통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음식을 먹거나, 동물 출입을 금하는 곳에 반려동물을 데려간다거나, 길가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면 자칫 상당한 벌금을 물 수 있다. 시 여행을 간 우리와는 무관한 얘기였지만 자동차를 소지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좁은 땅에 인구는 많다보니 도로가 지나치게 혼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자동차의 가격도 다른나라에 비해 비싸다. 여기서 더 인구가 많아지면 곤란하니 영주권 심사도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알수록 신기한 나라다. 깔끔하고 정돈된 이미지가 두드러진 첫인상이 괜히 들어진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루프탑의 수영장에서 싱가폴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인데 두리안을 닮아서 두리안 빌딩이라고 부른다.
싱가폴의 상징 머라이언.
머라이언이 뿜어내는 물과 함께 인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끝없이 붐볐던 포토스팟.
남편은 모로코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라마다 인증샷 남기기를 좋아한다.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싱가폴 강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탄 모스크가 있다. 모스크 주변의 거리에는 아랍 분위기를 풍기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있어 좀 전에 보았던 고층빌딩이 밀집한 장소와는 사뭇 색다른 모습이다.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술탄 모스크.
카페에 앉아 더위 좀 날리는 중.

결혼 전 붑커가 혼자 아시아를 여행하던 때, 그의 페이스북에 올러온 천장에서 쏟아지는 대형 폭포수를 찍은 동영상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것은 싱가폴 창이공항 안에 있는 인공폭포였다. 언젠가 나도 한번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몇년 후 이렇게 같이 보러오게 되었다.

창이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으로 꼽힌다. 공항인지 식물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잘 꾸며놓았다. 비행 예정 없이 그냥 나들이를 나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저녁에는 싱가폴에 사는 붑커의 친구 아드난을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야경도 보러 갔다. 거 한국에서도 지낸 적이 있다는 아드난은 간단한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한국 음식 맛있어요. 밥, 김치찌개, 어묵탕, 떡볶이, 간장게장,...' 아드난이 줄줄이 읊은 음식중에 붑커가 먹어본 건 어묵밖에 없었다. 중에 붑커가 꺼이꺼이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나는 한국에 사는데도 아직 못먹어본 음식이 많아. 한국 음식은 뭐가 맛있냐고 누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몰라 창피해서 어떡해. 나 다 먹어보고 싶어!'

아뿔싸. 귀국하면 부지런히 한국음식을 좀 해줘야겠다.

아드난이 데려간 맛집. 닭고기, 소고기 꼬치는 땅콩향이 나는 소스에, 새우꼬치는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욱 맛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별이 떨어지는 듯한 야경.
호텔 내부의 쇼핑몰. 크리스마스 무렵이라 반짝이는 트리 장식이 가득하다.


음악을 따라 춤추는 분수.
강변 앞 광장에는 야경을 감상하러 모인 사람들이 가득하다. 친구들과 원을 그리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학생들도 있다.


싱가폴은 사실 붑커의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 커서 여행보다는 잠시 쉬어가며 겉만 핥았다. 편하고 쾌적한 관광을 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곳이었지만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바이크로 내달리던 때가 살그머니 그리워진다.


그래서 이제 다시 떠난다. 어디로?

바이크 천국이라는 바로 '그 곳'으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