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발리 곳곳에 숨겨둔 서프라이즈

신혼여행기 #13

by 소울메이트

붑커>> 오늘 갈 곳은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니까 미리 알려고 하지마!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했지만 오늘은 모든걸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런것도 생각보다 괜찮은걸? 가이드를 따라 투어를 가는 기분이다.

첫 번째 서프라이즈는 바로 오늘 하루를 지낼 숙소라고 한다. 지금 지내던 숙소와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우리의 아침식사 장소로 향했다. 늘은 어떤 노래가 있을지 기대하며.

아빠가 노래방에서 부르시던 노래를 인도네시아에서 듣게 되다니.

오늘도 미로운 노래를 들려주신 우리의 가수를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쿠타를 떠났다.



나>> 와 여기 너무 예쁘다!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첫 번째 서프라이즈인 대나무 집이었다. 기서 자면 피부도 호흡기도 절로 좋아질 것 같은 친환경 숙소였다. 집 뒤로는 너른 논이 한폭의 평화로운 그림처럼 펼쳐져 있.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이곳에서는 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 농부의 곡괭이질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가 잔잔한 음악이 되어 귀를 간지럽힌다.



숙소를 둘러보고 수영장에서 몸도 좀 식힌 뒤 힌두교 사원인 타나롯 잠시 들렀다. 울루와뚜 사원처럼 바다에 위치한 사원인데, 해안절벽이 주를 이루는 울루와뚜 사원보다 좀더 탁트인 조망을 갖고 있다.

https://maps.app.goo.gl/8N2ZDBZwHYKtQWsD6

타나롯은 저녁 노을이 아름답다고도 하는데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붑커가 준비한 두 번째 행선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뭇잎 새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한적한 시골 도로를 달린다.
음~ 아름다운 전원 풍경.. 아이쿠 근데 이거 너무 덜컹거리는데.
아이고 내 엉덩이 살려. 어째 길이 점점 질퍽해진다. 점점 흐트러지는 카메라 앵글.

붑커>> 이 길 맞는거지..?

나>> 지도에는 분명 여기라는데 이상하네.

지도를 재차 확인해봐도 이 길이 맞긴 맞다. 다만 논 사이로 난 좁은 길인데다 비가 많이 내려 땅이 질어져서 이 작은 바이크로는 무리다. 좀더 시도해보다가 결국 큰 도로로 우회해서 가기로 했다.

되돌아가는 길. 바퀴가 자꾸 빠져서 둘이 타고 갔다가는 넘어지게 생겼다. 나는 바이크에서 내려 뒤따라 가고 붑커는 요리조리 물웅덩이를 피해 바이크를 애써 끌고 있다.

그 와중에 "괜찮아?" 물어보는 붑커. 아니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말 같은데..
진흙투성이가 된 발이 마음에 든다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붑커.
다시 목적지로 향한다. 황금빛 오후의 해가 비추는 평야를 달리면 '베리 나이스'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거의 다 왔다! 비와서 움푹진푹해진 땅이 엉덩이를 통통 마사지 해준다.

붑커>> 짜잔.

두 번째 서프라이즈, the beach love 이다.

https://maps.app.goo.gl/MRDGh3LyESCXLg3G7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누워 바다와 노을을 감상하는 시간.

점점 깊어지는 바닷빛깔. 황금빛에서 살구색, 장미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한장면에 들어와 있었다. 연인과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에,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며 회포를 풀기에, 또는 혼자 사색에 빠지기에도 안성맞춤 곳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칠흑같은 어둠 속에 달과 별들만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시의 불빛에 익숙해져 있던 눈이 은은한 달빛으로 정화된다. 달리는 우리의 머리 위로 달님이 따라오면서 오늘 어땠냐고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하얗게 내려오는 달빛을 마시며 아주 많이 즐거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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