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최고의 화산뷰

신혼여행기 #15

by 소울메이트

우붓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시데먼이라는 산촌이 있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오직 숙소 하나 때문. 발리의 최고봉이라는 아궁산을 조망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이 있다고 하여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시데먼으로 향한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달리는 바이크 옆으로 펼쳐진 마을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렀던 식당은 손님이 바글거리는 유명 맛집이 아닌 테이블이 네다섯개 있는 작은 규모의 동네 음식점이었다. 특별한 기대 없이 지나는 길에 있어서 그냥 들어간 곳이었는데 음식 맛도 전망도 기대 이상이었다. 아직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시데먼을 방문하는 분들이 많이들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잠깐 언급해본다.


잠시 쉬어가면서 갑갑한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풀밭을 걸어보았다. 발가락에 감겨오는 촉촉한 흙의 감촉이 좋다. 거진 큰 키의 나무들도, 누군가의 집에서 땔감을 태우는 냄새도, 간간히 들려오는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찌르르르 벌레가 날개를 부비는 소리도 모든 것이 평화롭다.

힌두교 사원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슬람의 아단과 비슷한 것인가 보다.
고요한 산골에 밤이 옷자락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풀벌레 울음소리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산위로 바이크를 좀더 달려 드디어 대망의 숙소에 도착했다. 크인을 하는 동안 로 보이는 전망을 스윽 훑어 보았는데,

와우
기다리는 동안 독특한 웰컴 드링크를 준다. 양배추 시약 비슷한 원리인 건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귀여운 아이디어가 방문객들을 기분 좋게 한다.

잠시 뒤 객실 안내를 맡으신 친절한 직원 두 분이 우리를 데리러 오셨다.

"가방 들어 드릴게요."

"앗 아니에요. 저희가 들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배낭을 이고 지고 잡초처럼 여행하는데 익숙해서 이런 호텔에 오니 얼른 적응이 안되는구만 하하.

풀밭을 따라 객실로 이동하는 길에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수영장이 보인다. 수영장 바로 위에 있는 저 방이 가장 전망좋아 보인다. 저기가 우리 방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걸었다.

대박. 여기가 정말 우리 방이다.

나>> 꺅 어떡해~! 너무 예쁘다~!

우리는 신이 나서 소녀처럼 소리지르며 방 안팎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목재로 아늑하게 지어진 객실은 사소한 부분까지 안 예쁜 구석이 없었다. 호캉스에는 별 관심도 없던 나인데 정신차려보니 화장실까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오늘의 주인공은 방이 아니다.

나>> 우리 당장 수영하러 가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이기도 한 수영장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에 삼각대에 카메라까지 동원해서 수영장으로 나갔다. 물 속에 풍덩 뛰어드니 찰랑이는 물 아래로 시데먼 마을의 전원이 내려다보인다. 시야를 방해하는 빌딩 하나 없이 시원시원한 전망에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기서도 또 한바탕 사진 촬영이 시작됐다. 그 때 옆에 계시던 직원분이,

"지금은 아궁산이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이네요. 내일 이른 아침에 날씨가 좋다면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이럴수가. 지금도 충분히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니.

구름 뒤로 쏙 숨어버린 아궁산.
앗 살짝 보이나?

밤이 되자 지면이 식으면서 구름이 약간 걷히고 어렴풋이 산이 보이려 한다. 그러나 여전히 베일에 싸여 우리를 애타게 하는 아궁산. 과연 내일 아침에는 만나볼 수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비가 오면 어쩌지. 대기가 맑아야 할텐데. 비장하게 이른 시각으로 알람을 맞추고 이날 밤만은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면서 선잠에 들었다. 설레서 뒤척이며 잠 못 이루던 첫 소풍가기 전날 밤처럼.



다음날 아침. 나는 알람 없이도 침대에서 튕겨지듯 일어났다. 그리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커튼을 걷었을 때.

한 폭의 그림같은 아궁산의 자태.

"헉...!"

잠시 숨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보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구름이 걷힌 아궁산은 우리 눈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산 아래에 아직 남아있는 새벽 안개는 산의 풍경을 더욱 신비롭게 했다. 남편의 단잠을 억지로 깨우고 싶진 않았지만 이 좋은 걸 혼자 볼 순 없다.

"여보야 얼른 일어나봐!"


남편은 눈을 비비며 애써 졸음을 쫓아내면서 문 밖으로 나오다가 고개를 들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붑커>> 와우..!

나>> 안 깨울 수가 없었겠지?

붑커>> 응, 진짜 멋지다!

나>> 좋아 그럼 이제 물로 들어가자.

붑커>> 응..? 아침이라 너무 추운데..

나>> 좀만 참고 들어가 봐 예쁘게 찍어줄게~

이것이 진짜 아궁산 뷰.

이 귀한 순간을 위해서라면 추위도 얼마든지 괜찮았다. 우리 둘 다 물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구름이 다시 산을 가리기 전에 부지런히 이 순간을 카메라에 그리고 눈 속에 담았다.

나>> 나 오늘이 여태껏 여행한 중에 최고의 날이야!

붑커>> 하핫 그 말만 지금 몇 번째인지 알지?

몇 번째더라. 몰라도 열 번은 더 했을 거다. 하루하루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싶다가도 다음날이면 '오늘이 최고네' 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아마 내일은 우리의 또 다른 최고의 날이 되지 않을까.

구름이 살짝 걸친 모습도 아름답다.
방 안에서 감상하는 아궁산. 누가 문 밖에 액자를 걸어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호텔의 링크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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