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푹 빠질 시간

신혼여행기 #12

by 소울메이트

우리는 카페에서 쉴 때나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낼 때 심심풀이로 사행성(?) 카드게임을 즐기곤 했다. 덕분에 지금 남편에게 갚을 빚이 많다.

이번 판은 ~원 걸고 하자.

다음 판은 다섯 배야.

오늘도 비행기에서 스릴 넘치는 돈 따먹기를 하고 있는데,

"You guys look so~~~nice and cute. (두 분 너무 착하고 귀여워 보이세요.)"라며 옆을 지나가던 승무원께서 우리에게 미소를 지으셨다. 땡큐~하고 우리도 인사하고는 서로 마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사실 우리는 도박 중이었는데..

비행의 지루함을 날려줄 카드게임.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한 건 늦은 밤 10시 경이었다. 공항에서 바이크를 대여하여 쿠타에 있는 숙소까지 이동했다. 오랜만에 바이크 위에서 느끼는 밤공기가 반갑게 뺨을 스쳤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11시가 넘어서 문을 연 음식점이 없었다. 이럴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맥도날드가 있으니까.

발리의 맥도날드에서는 밥도 먹을 수 있다.

맥도날드에서 밥을 팔다니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사진 오른쪽의 음료는 리치주스인데 리치맛이 생각보다 진하고 리치도 통으로 두 개 들어있었다. 또 한가지 신기했던 건 김치 치킨을 판다는 것. 게다가 주문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여기서도 김치가 인기인가 보다.



다음날 아침. 숙소 바로 옆 음식점에 사람들이 많길래 아 여긴 맛집이겠구나 싶어 바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께서 기타를 들고 다가오신다.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모로코에서 왔고 와이프는 한국 사람이에요."

붑커의 말에 기타를 고쳐 메고 연주를 시작하신 아저씨.

포인트는 '사랑해'에서 그리는 하트.

선곡도 최고 음색도 최고. 발음도 나보다 잘하시는 것 같다. 이건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버스킹 관람료를 드리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커도 노래가 너무 좋다며 이날 이후로 '사랑해~ 사랑해~'를 입에 달고 다녔다. 집에 돌아온 지금도 잊을만하면 한번씩 '사랑해~ 사랑해~' 노래를 부른다.

국수에 따끈한 닭고기 국물을 부어서 먹는다.

이곳은 음식 맛도 괜찮았지만 망고와 파인애플 주스가 특히 맛있어 타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식사는 여기서 했다. 오렌지 주스도 시켜봤는데 인도네시아의 오렌지는 왜인지 모르게 맛이 쌉쌀해서 우리 입맛엔 망고가 훨씬 잘 맞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바이크 라이딩.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바이크 운전의 달인이다. 언뜻 혼잡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살펴가며 달리기 때문에 웬만해선 엉킬 일이 없다.
바이크의 천국 인도네시아에 왔음이 실감난다.

오늘 갈 곳은 쿠타 근교의 울루와뚜 사원이다. 랜만에 빛에 뜨끈하게 달아오른 바이크 안장에 올라타자 설렘이 배가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에서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잠시 열기를 식혔던 피부가 탈색될 틈도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 다시 벌겋게 타오른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남편도 나도 구릿빛으로 피부색이 닮아가는게 마음에 다.


울루와뚜 사원.

울루와뚜 사원은 해안 절벽에 지어진 힌두교 사원이다. 절벽을 따라 만든 돌길을 걸으면 아래로 펼쳐진 너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가 관을 이룬다.

사원에는 원숭이들이 많다. 새끼원숭이가 엄마 품에 포옥 안겨있다가 엄마가 걸어가자 대롱대롱 매달려 가는 모습이 귀엽다.


더운 날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바닷가만한 곳이 없다. 바이크 안장 아래 수영복을 챙겨 넣고 바다로 출발!

풀숲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달려 바닷가로 향한다.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늦은 오후의 바다.
저 멀리 활주로를 미끄러져 착륙하는 비행기가 보인다. 도착하던 날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이 떠오른다.


밤이 되자 출출해진 사람들이 너도나도 해변가의 식당에 모여든다. 하늘이 촛불빛으로 물들 때쯤 야외 테이블도 은은하게 초가 켜진다. 식이 맛있기도 하지만 수평선에 걸친 구름과 그 너머로 사그라드는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오늘 저녁식사는 눈으로 이미 다 했다. 이것 참 큰일이다. 이제 막 시작인데 벌써부터 발리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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