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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27. 2022

모로코를 사랑하는 이유

모로코 여행기 #마지막화

나>> 붑커 이거봐봐. 나 이거 팔에 아직도 갖고 있다?

붑커>> 오~ 헤나 아직도 남아있네?

나>> 응! 잘 안 씻었더니 안 지워지나봐 하하하하.

붑커>> 하하 진짜 못 말려.

엘 자디다의 시장에서 그려온 헤나.

하루하루 옅어지는 헤나를 보며 못내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지난 한달 모로코에서의 금쪽같은 추억들도 헤나를 따라 같이 증발해버리면 어쩌지?하는 우려가 순간 밀려왔다. 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날 그날 부지런히 일기 좀 써둘걸.

다행히 나에겐 붑커가 찍어준 수백장의 사진이 있었고, 그것들을 하나씩 넘겨보며 나는 여행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 뇌세포가 하나라도 더 기억할 때에 최대한 많은 일들을 기록으로 가둬놓으리라!

그렇게 해서 쓰게 된 모로코 여행기 <모로코를 사랑하는 이유>. 그 이야기도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사실 "모로코는 그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나라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이다. 물론 세상 그 어디에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나라가 있겠냐만, 모로코는 솔직히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나라이다. 여행하기 편한 곳이냐고 물으면, 교통수단이 부실한 편이고, 소매치기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썩 편리하지는 못하. 사람들이 친절하냐고 물으면,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있고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 인터넷 서핑 중 어딘가에서는 모로코 여행을 간다는 사람은 말리고 싶다는 글도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때묻지 않은 자연순박한 그들의 문화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모로코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생 그대로의 자연과, 이웃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가진 것을 모두 함께 나누는 따뜻한 문화를 가졌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내가 모로코를 '사랑'까지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붑커와 통화를 할 때였다.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 모로코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붑커>> 모로코는 한국처럼 안전하지 않아. 우리 여행하는 동안 내가 지갑이랑 여권 어떻게 관리하는지 봤지? 그리고 사람들도 평소엔 착하지만 다툼이 생기면 다혈질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만약 네가 모로코에서 나와 우리 가족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모로코를 좋아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걸.

나>> 와.. 너 진짜 천재다. 나 방금 여행기의 제목에 대한 답을 얻었어! 네가 최고야 붑커!!


붑커의 말이 정확하다. 내가 모로코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곳에 살기 때문'다. 들이 있기에 나는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모로코를 추억할 것이다.


어떤 장소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나>> 붑커~~~ 나 모로코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붑커>> 하하하하 좀만 참으면 우리 또 보잖아. 내가 곧 갈게.


나는 모로코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모로코는 남편의 조국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매일 영상 통화를 하고 모로코에 함께 있던 그 때 처럼 두시간 세시간 수다를 떨면서 그리움을 달랜다.

한국으로 돌아온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은 여전히 모로코에 살고 있다.


나>> 나 오늘 모로코 엄마 생각나서 집에서 바그릴 만들기 도전했어!

붑커>> 와우, 정말?

나>> 응 이거봐! 망했어!

잘 하고 있는 건가..?
응 아니야.

모양은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그릴 비스무리한 구멍뚫린 빵이 만들어지긴 했다. 꿀에 찍어 한입 베어 무니, 별로 맛이 없어서 붑커네 엄마가 만들어주신 빵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아무래도 만드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어느 날은 향수에 젖어 모로코 식으로 올리브 오일을 들이 붓다시피 하여 요리를 하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계란과 치즈와 올리브 오일을 섞어 빵에 찍어 먹으면서 '이거 붑커가 좋아하는 건데'하며 같이 먹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붑커는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케프쟈, 따진, 치킨라이스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솔직히 모로코 음식 너무 맛있다.

이건 비밀인데, 모로코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맛난 음식이 있어서'가 정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붑커>> 나 오늘 이거 완성했다! 짜잔!

남편이 자랑스레 보내 준 사진은 바로,

붑커의 조카들인 알리와 야히야를 위한 선물로 사갔던 한옥모형조립키트.

어휴 조카들 재밌으라고 사다 준 건데 자기가 다 만들어 버렸네. 거기서 애들 괴롭히지 말고 빨리 와 붑커. 보고싶으니까. (농담이고 사실 저 모형은 아이들이 만들기가 어려워서 붑커가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을 도와줘야 했다.)



나>> 나 오늘 친구랑 놀러다니다가 이런거 봤는데 너랑 똑같이 생겨서 찍었어!

붑커를 아는 사람이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똑 닮았다.

붑커>> 와~ 저거 나잖아?하하하하하하.

나>> 그치그치? 보자마자 남편 생각 났다구.


요즘 우리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같이 웃고, 앞으로의 계획 벅찬 가슴으로 설계하면서. 

결혼을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베스트 프렌드이자, 연인이자, 여행 파트너. 앞으로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든지, 붑커와 함께라면 그 곳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가 있어 모로코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처럼.



<모로코를 사랑하는 이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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