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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27. 2022

"아나 사이드 (난 행복해)"

모로코 여행기 #29

"Are you happy?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예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일지도 모르는 이 질문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


사실 하루하루 일상에 치여서 스스로 이렇게 안부를 물어봐 준 지도 참 오래되었다. 우린 모두 사느라 바쁘고, 때로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도달하는 데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나 자신은 돌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나를 대신해 내 안부를 물어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잘 지내?"라는 인사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아픈덴 없냐',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돈은 잘 벌리냐', '애인과는 잘 만나고 있냐' 등등.

하지만 "지금 행복해?"라고 묻는 건 좀 다르게 느껴진다. '네가 뭘 하든 가장 중요한 건 너의 행복이야', '너의 행복을 응원해' 같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처럼 들린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냄새가 나는 말이랄까.

는 지금까지 살면서 과연 몇 명에게 행복을 물어봐 주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거의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4년 전 모로코에 갔을 때 붑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물음이 바로 "지금 행복해?" 였다.


처음에는 붑커가 그렇게 물을 때마다 기분이 썩 어색하였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끊임없이 되뇌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데,  동안 소홀히 여왔으니 어색할만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 나는 왜 여태껏 이 중요한 걸 잊고 있었나'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바다에 가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산책겸 조카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갈 때나, 커피를 마시러 갈 때나..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붑커의 물음은 계속되었다. "너 행복하니?"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붑커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

"너 지금 행복해?"

나는 단 한번도 뜸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응! 나 행복해."

나는 웃으면서 또 묻는다.

"너는? 행복해?"

그러면 붑커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도 행복해."



카사블랑카의 공항에서 만난 날, 마라케시에서 비에 홀딱 젖어 등산을 했던 날, 임릴 고산마을의 절경을 감상하며 아보카도 주스를 마셨던 날, 사우이라에서 바람에 날아가는 모자를 잡으러 바닷가를 뛰어다녔던 날, 라바트의 밤거리를 거닌 날, 셰프샤우엔의 커피숍에서 끝내주는 허브티를 마신 날, 그리고 엘 자디다에서 가족들과 라마단을 보낸 모든 시간들...


매순간 우리의 행복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방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것, 그리고 나의 행복이 곧 상대방의 행복이 되는 것을 경험하는  어찌보면 기적같은 일이 닐까 생각한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그래서 우리는 결혼했다.  




"아나 사이드"
나는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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