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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26. 2022

너는 나의 '아마나'  나는 너의 '아미나'

모로코 여행기 #28

모로코 한달살기를 하면서 제법 많은 darija(모로코의 언어) 단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어는 바로 '아마나'이다.


'아마나'
꼭 지켜야 할 소중한 것.
나 자신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보물.




약 한 달간 나는 붑커네 가족으로부터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붑커의 어머니는 나를 친딸처럼 데리고 다니시며 엘 자디다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셨다. 또한 나에게 훌륭한 darija 선생님이 되어 주시기도 했다. 커와 내가 여행 중일 때에는 항상 붑커에게 전화를 하셔서 내 안부를 물으시곤 했다. 붑커는 "진짜 뻥 안치고 우리 엄마 나한테 전화 잘 안하셔. 오로지 너 잘 지내는지 궁금하셔서 매일 전화하시는 거야."라며 놀라워 했다. 붑커야 내가 그랬잖아. 엄마는 내 편이시라니깐?(15편 '움미는 내편' 참고)


천사같은 막내누나인 나오엘은 내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주었다. 옷을 사준다며 나를 야시장에 데려가기도 했고, 노트북에 있는 옛날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인 PORTIMAO에 처음으로 날 데려가 준 사람도 나오엘 누나였다.

CAFE PORTIMAO


함무다 형은 말 그대로 '쏘 스윗'하다. 나오엘 누나와 내가 주방에서 뭔가를 만들다가 필요한 재료가 생기면 함무다 형이 바로 나가서 사다준다. 물론 붑커도 사다주지만 붑커는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면서 사다주는데 함무다 형은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우리의 심부름을 해준다. 또, 가끔 너무 많은 식구들이 모여서 실내화가 부족할 때면 신고 있던 신발을 나에게 벗어준다. 붑커는 내가 신던 신발을 뺏어 신는다..

 

셋째 누나인 일함은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으로 모두를 휘어잡지만 나에게만은 언제나 관대하다. 하루는 일함 누나가 가장 좋아하는 빵인 '르쟈(16편 '모로코의 빵을 소개합니다' 참고)' 저녁식탁 구석에 있었다. 나는 그게 일함 누나가 먹으려고 꿀을 발라 놓은건지도 모르고 냠냠 먹었다. 잠시 뒤 르쟈가 사라진 것을 본 일함이 "내 르쟈 누가 먹었어!"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붑커가 나를 가리키며 "얘가 먹고 있어."라고 하자, "아 그렇다면 인정."이라면서 쿨하게 었다. 근히 귀여운 일함 누나.


그리고 사랑스러운 붑커의 조카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학을 다니는 큰 조카들부터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 그 누구도 나를 이방인이라고 낯설어한 적이 없다. 모두가 나를 집안의 일원으로 똑같이 대해주었고, 내가 가족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서툰 영어지만 나에게 한 마디라도 더 걸려고 붑커한테 '삼촌, 이럴 땐 뭐라고 말해야 돼?'하고 물어보던 알리와 야히야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모로코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가족 진심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덕에 나의 마음은 여행 내내 풍요로웠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을 무렵, 붑커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어머니>> 너는 우리의 아마나야.



머나먼 타국에서 만난 귀한 인연에 감사하다

이 감동을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이고 는 또 다시 이 곳을 찾을 것이다. 인샤알라.

또 만나자 모로코. 안녕!




붑커>> 모두 다 너를 엄청 좋아해. 너도 알지?

나>> 하하, 너희 가족 덕분에 편하게 잘 지냈어. 정말 고마워!

붑커>> 너는 나의 아마나이기도 해.

나>> (웬일이야. 붑커 맞아?고마워...! 너도 나의 아마나야.

붑커>> 그리고 나는 너의 아미나야.

맨날 아웅다웅하던 나와 붑커의 사이도 오늘은 조금 훈훈하다.


아미나
'아마나'의 수호자를 뜻한다.
아미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마나를 제 몸보다 소중하게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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